금호석화 어닝쇼크에 업계 전반 위기감 확산
고부가 전환 가속화하지만 회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장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며 업황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화학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가 중국산 저가 물량 증가와 수요 둔화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 악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1809억원을 기록했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을 제외하면 화학 부문은 적자를 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공급 과잉과 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손실 폭이 확대되며 업황 부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롯데케미칼 역시 기초소재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신규 설비 가동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연간 기준으로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첨단소재와 일부 고부가 사업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포트폴리오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이 큰 한화솔루션도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영향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장기간 지속되며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케미칼 부문에서 24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연간 실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한 배경이다.
그동안 고부가 합성고무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왔던 금호석유화학도 주춤했다. 지난해 4분기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영업이익이 84.8% 급감했다. 석유화학 불황이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업계 전반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증설 물량이 시장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도 더딘 상황이어서 단기간 내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실적 부담을 감내하며 체질 개선을 이어가는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어려움”이라며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고부가 중심의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