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도 이제 AI로 한다"...는 아직 시기상조, 갈 길 먼 사법부의 AI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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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도 이제 AI로 한다"...는 아직 시기상조, 갈 길 먼 사법부의 AI 활용법
  • 임채영 기자
  • 승인 2026.02.03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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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기제도의 AI 대전환' 학술대회 개최... 기술적 한계와 법적 리스크 '산넘어 산' - 임영익 대표 "LLM은 태생적 거짓말쟁이... 등기는 99% 정확해도 0점 처리되는 영역" - 권창환 판사 "보안 뚫리면 전 재산 털린다... 클라우드 대신 '독립 서버' 구축 필수" - "AI는 판단자 아닌 조력자일 뿐"... 기술 맹신 경계하고 '느린 혁신' 주문
출처=임채영 기자
출처=임채영 기자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AI가 등기 업무를 혁신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위험하다. 등기는 100%의 진실이 아니면 안되는 영역이다.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현재의 생성형 AI는 등기 시스템에 바로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다."

이는 3일 대법원에서 열린 '등기제도의 AI 대전환' 대법원 법원행정처·한국인공지능법학회 공동 학술대회 현장에서 쏟아진 전문가와 실무자들의 냉철한 진단이다. 현장에서는 현재 AI 기술이 가져올 효율성보다는 치명적 약점과 신뢰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 깊게 논의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등기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국민의 전 재산을 다루는 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리는 일"이라며 기술적 환각 해결과 철통 같은 데이터 보안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LLM의 치명적 약점... "확률적 앵무새에게 등기를 맡길 수 없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주식회사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변호사는 생성형 AI(LLM)의 본질적 한계를 지적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임 대표는 "전 세계가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등기 영역만큼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LLM의 치명적 약점으로 환각 현상을 꼽으며 "LLM은 다음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앵무새'일 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며 "의료나 일반 법률 상담은 90%만 맞아도 훌륭하지만, 권리 관계를 다루는 등기는 하나만 틀려도 0점 처리되는 무결점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 대표는 'Next AX(차세대 AI 경험)'와 수학적 통계를 사용한 분석기능(Legal Analyzer) 개념을 제시했다.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AI가 아니라, 수학 공식처럼 확정된 규칙과 AI를 결합한 '뉴로 심볼릭(Neuro-symbolic)'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결국 미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갈 것"이라며 "AI가 직접 답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계산기나 법령 DB 같은 확실한 도구를 호출해 답을 찾아오는 '노예 AI'들을 거느리는 방식이 되어야 등기 분석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전세 사기 위험 분석, 숨어 있는 신탁 등기 확인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분석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데이터 보안과 독립성... "등기 정보는 공공재가 아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부산회생법원 권창환 부장판사는 공공기관이 가진 행정적 한계와 AI의 급진적 발전 속도 사이의 딜레마를 지적하며,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을 강조했다.

권 판사는 "AI 기술은 불완전하지만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라고 정의했다. 그는 "공공기관 특성상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 스펙을 확정하고 개발을 완료하면, 그사이에 이미 기술 혁명이 일어나 결과물이 낙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권 판사는 유연한 개발 시스템을 제시했다. 그는 "변화하는 기술을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두되, 그로 인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개발 착수 전 단계별로 리스크를 분리해 인식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판사는 AI 기반 등기 시스템의 독립성 보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등기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에 올리거나 행정망과 무분별하게 통합할 경우, 수사기관이나 세무 당국이 영장 없이 국민의 재산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외부와 차단된 '온프레미스(On-premise, 자체 구축형 서버)'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권 판사는 물리적 보안뿐만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모델의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AI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개인정보 침해 요소를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AI보다 '등기 공신력'이 우선... 일반인 아닌 전문가 시스템 먼저 도입해야"

종합토론에서는 현장 실무자의 관점에서 AI 도입 순서와 등기 공신력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법무사협회 정보화위원장인 이상훈 법무사는 "AI 기반 등기 시스템은 등기를 믿고 거래한 사람을 국가가 책임지는 공신력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부실 등기의 대부분은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명의 도용 등 등기 신청 이전 단계의 취약성에서 발생한다"며 "이 영역은 AI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책임 있는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민 대부분은 평생 한두 번 등기를 경험하기 때문에 AI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며 "AI 기술은 오류를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시스템에 먼저 도입하고, 검증된 기능만 일반 국민에게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등기는 단순한 정보 입력이 아니라 대출, 말소 등 복잡한 법률 행위의 집합"이라며 무분별한 AI를 이용하는 셀프등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포용과 효율... "기술은 준비됐으나 제도는 아직"

김서경 법원행정처 서기관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AI를 강조했다. 김 서기관은 "AI 혁신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고령자와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구축과 AI 리터러시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AI 도입의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날 선 현실론도 제기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AI 시스템은 구축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양의 전기와 자원이 소모되는데, 과연 이것이 현장의 공인중개사나 등기관 인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 더 효율적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이날 학술대회의 결론은 "기술은 준비되었으나, 제도는 아직"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사법부는 AI를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단순 반복 업무를 돕는 '조력자'로 선을 긋고, 혁신의 속도보다는 '안전과 신뢰'라는 안전벨트를 매는 데 주력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등기 시스템의 AI 대전환은 시작될 조짐은 보이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자신의 등기 권리증을 AI에게 맡기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임채영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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