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장 선점 통해 업계 표준 노린다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소프트웨어에서 ‘형체’를 갖춘 로봇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어떤 챗봇이 더 똑똑한지가 아니라, 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먼저 대량 생산해 실제 시장에 안착시키느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상용화 단계에 먼저 진입하는 모습이다. 일부 중국 기업은 이미 미국 판매 채널을 확보했거나, 단기간 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6는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현재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시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38곳 가운데 21곳이 중국 업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과 미국 로봇 업체 간 접근 방식의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 기업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양산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미국 업체는 기술 완성도·안전성·데이터 보안을 강조했다. 중국 기업은 무엇보다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중국 기업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이미 아마존과 로보스토어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니트리는 이번 CES에서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공개했다.
키는 약 132cm, 무게는 약 35kg 수준으로 비교적 작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제한적이지만, 사람의 동작을 부드럽게 모사하는 능력과 민첩한 움직임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니트리는 G1을 시판 중이며 가격은 2만1600달러(약 3100만원)부터 시작이다. 경쟁 모델 대비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신생 기업 아지봇(AgiBot)도 이번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지봇은 휴머노이드 로봇 3종과 로봇 개를 함께 공개했다. 소형 모델인 X2는 유니트리 G1과 비슷한 체급이며, 상위 모델인 G2는 키 약 180cm, 무게 180kg이 넘는 대형 로봇이다.
아지봇은 모션 제어를 시스템 레벨에서 통합해 모든 휴머노이드가 동일한 설계 철학을 공유하도록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지봇은 CES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5000대를 이미 출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5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 기업이 1561건, 중국 기업이 7705건에 달한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이를 빠르게 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에서도 중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다. 중국 로봇 기업 다수는 스마트폰·전기차 산업에서 축적한 공급망과 부품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센서·모터·배터리·구동계까지 내재화된 구조가 양산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에 맞서는 기업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만 현대차 공장 내 투입이 우선이며,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역시 정식 판매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진행한 시연 행사에서 완성도 논란이 불거지며 기술 수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로봇의 완성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양산 속도만큼은 중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 향후 수십 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중국이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빠른 양산을 통해 업계 표준을 주도하다면 다른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