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타트업도 ‘개인 가압류’… 반복되는 패턴
기밀 유출 걸리자 적반하장… ‘가짜 전략가’의 민낯
‘솔로 프리너’라는 이름의 회색지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개발비를 못 주면 대표 개인이 책임지라더군요. 연대보증이요.”
IT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의 말이다.
투자 유치, 정부 지원, 기술 고도화에 매달려야 할 창업자가 맞닥뜨린 것은 개발 실패가 아니라, 파트너이자 CTO와의 법적 분쟁이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며, ‘솔로 프리너’, ‘비즈니스 빌더’로 불리는 1인 전문가형 인력과의 분쟁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상의 없이 ‘업그레이드’ 개발해놓고 10배 청구… 알고 보니 코드 재활용”
지역에 기반을 둔 기술 스타트업 A사는 초기 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외부 개발자를 CTO이자 지분을 나누는 핵심 파트너로 영입했다. 회사의 기술 총괄 임원(C레벨)으로 합류한 이 인물은 본인이 아닌 가족 명의의 법인과 별도 용역 계약을 맺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 진행 과정과 비용이었다. 그는 기존 계약에 따른 개발을 진행하던 중, 회사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해버렸다. 그러고는 회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뒤, 국가 가이드 소프트웨어 기술자 평균 노임단가의 10배가 넘는 수억 원대의 개발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받은 산출물은 단순 소스코드 덩어리만 남아 회사 측이 개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태였다. 심지어 고가의 개발비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회사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동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기로 약정했음에도, 퇴사 후 소 스코드를 재활용하고 회사의 핵심 R&D 자료까지 본인이 개발해 주는 타 기업에 유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귀책사유(기술 유출 등)로 인한 위약벌 소송이 진행되면서 지급이 정지된 잔금을 문제 삼아, 별도로 A사의 법인 통장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기술을 빼돌린 책임은 회피하면서, 직원들 급여도 못 주게 법인 통장을 묶어 회사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A사는 이에 맞서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른 스타트업도 ‘개인 가압류’… 반복되는 패턴
비슷한 피해는 또 있다. 초기 스타트업 B사 역시 해당 인물과 개발 계약을 체결해 약 3개월간 2억 원대 계약을 맺었고, 이미 절반 이상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이 난항을 겪자 잔여 금액 분할 지급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해당 인물은 대표 개인의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과거 메신저 대화 중 일부 문구를 근거로 “개인이 채무 상환 의사를 밝혔다”며 대표 개인 주거지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에서 일단 인용됐다. B사 대표는 “법인 간 계약이었음에도 개인 재산이 묶였다”며 “정상적인 창업 환경이라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밀 유출 걸리자 적반하장… ‘가짜 전략가’의 민낯
피해는 개발 분야에만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스타트업 C사에는 ‘비즈니스 빌더’이자 전략기획으로 접근해 내부 깊숙이 들어왔다. 그는 회사가 제3자 공유 금지를 명시했음에도, 회사의 가장 민감한 재무 원장, 시리즈A IR 자료, 인사 자료, 서비스 기획 자료 등을 자신의 개인 클라우드와 이메일로 무단 반출하거나 외부인과 공유했다.
C사가 보안 위반을 문제 삼자, 그는 되려 자신의 SNS에 “계약서에 함정이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자신이 피해자인 양 ‘피해자 모임’을 모집하는 등 적반하장식 여론전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링크드인 프로필에 허위의 학력 및 경력을 기재한 점을 문제 제기하자 이를 학력과 경력을 문제 삼는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를 또 SNS를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세워주겠다던 전략가가, 실상은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회사의 평판을 인질로 삼는 ‘내부의 적’이었던 셈이다.
‘솔로 프리너’라는 이름의 회색지대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의 공통점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조직 취약성 ▲지분 공유 등 파트너 관계를 전제로 한 접근 ▲법인 채무의 개인화 압박 ▲정부 지원금 등 공적 자금 연계를 미끼로 한 과도한 비용 요구를 꼽는다.
특히 ‘솔로 프리너’, ‘비즈니스 빌더’ 등 개인 브랜딩을 앞세워 신뢰를 확보한 뒤, 분쟁이 발생하면 가압류·형사 고소 등 법적 수단을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벤처 투자 관계자는 “기술 역량 검증보다 개인 브랜드에 의존한 ‘C레벨 파트너’ 영입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과의 문제가 기업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초기 창업가의 절박함을 이용해 고도의 폭리를 취하는 ‘회색지대’가 더는 방치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