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세·내수 침체로 생산 기반 약화
고부가·친환경 전환 없인 생존 전략 한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와 탄소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며 수출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업계 전반에서는 기존의 물량 중심 성장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6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수출은 2025년 약 300억달러로 전년 대비 9.9% 감소한 데 이어, 2026년에도 290억달러로 3.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 강화와 EU의 무관세 쿼터 축소,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CBAM은 EU 역내 생산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수입 제품에도 부과하는 제도로, 국내 철강업계에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탄소 비용까지 더해지면 수출 채산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 장벽은 북미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캐나다는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적용 기준을 축소했고,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철강 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베트남과 인도 역시 반덤핑 관세와 세이프가드 조치를 이어가며 주요 수출 시장 전반에서 제약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외 환경 악화와 함께 국내 철강 산업의 구조적 침체도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4.7%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2025년에도 생산 감소세가 이어지며 연간 조강 생산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발 저가 공세 역시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물량이 저가로 수출되며 글로벌 시장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중국산 철강 수입이 감소하긴 했지만, 업계 관계자는 “무역 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줄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 중단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상승과 제품 단가 하락이 맞물리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공정 중심의 체질 전환을 생존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기반 저탄소 생산체제, 해외 현지 생산 확대 등이 주요 방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와 탄소 규제가 상수가 된 만큼 구조 전환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