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은 연말까지 예상 밖 강세, 단기 실적 방어 가능성
공급 확대 압력 속 재무 체력이 경쟁력 좌우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글로벌 해운업계가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 운항 재개를 검토하면서 중장기 업황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항로가 정상화될 경우 선박 운항 거리가 단축돼 선복 공급이 늘어나고, 이는 운임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해운 시황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6500TEU급 컨테이너선 세바로크호를 홍해로 투입해 시범 운항을 진행했다. 해당 선박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로 진입했으며, 인도와 미국 동부를 연결하는 항로에 투입됐다. 이는 2023년 12월 홍해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진 시범 운항이다.
머스크는 안전 여건을 전제로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경유하는 동서 항로의 단계적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3위 해운사 CMA CGM도 항로 복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CMA CGM은 인도와 미국을 잇는 항로 중 하나를 내년 1월부터 정기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MA CGM은 이달 자사 컨테이너선을 홍해 항로로 보내 운항 가능성을 점검했다. 지난 23일 2만3000TEU급 자크 사데호와 1만5000TEU급 아도니스호가 각각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시범 운항에 나선 주요 선사들이 순차적으로 항로 재개에 나설 경우,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항로 복귀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해 항로 재개는 해운업계 전반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해운사들은 홍해 사태로 희망봉 우회 운항을 이어가며 운송 기간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항로가 길어지면서 선복 공급이 제한됐고, 이 과정에서 운임 협상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항로 정상화는 이러한 환경을 변화시키는 변수로 꼽힌다.
다만 단기 시황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6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비수기로 평가되는 4분기임에도 불구하고 운임 약세가 제한되면서 연말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임 강세 배경으로는 내년 탄소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적 시점을 앞당기려는 수요와 중국 춘절을 앞둔 물동량 증가가 거론된다. 여기에 일부 유럽 선사들이 결항을 통해 선복 공급을 조절한 점도 운임 하단을 지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도 단기적으로는 실적 방어 여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담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해 항로가 정상화되면 같은 선박으로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 시장에 공급되는 선복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발주된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인도되고 있는 점도 업황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임 흐름은 구조적인 시황 개선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 겹친 결과로 봐야 한다”며 “홍해 항로 정상화가 가시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운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선복 조절 능력과 재무 여력이 선사 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