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은 호재, 매각가는 별개…거래량이 가른 평가 격차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오세진 대표의 3연임을 확정지었지만, 시장 침체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 연속성 확보는 긍정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실제 매각가 산정에서는 거래량 부진과 시장 수익성 악화가 더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연임이 매각 과정에서 신뢰도와 안정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하락한 시장 가치 자체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1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오세진 대표를 재선임하며 2028년까지의 임기를 확정했다. 오 대표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 갱신, 규제 대응, 신사업 확대 등을 추진해왔으며, 코빗 측은 연임 배경으로 '거래소 운영 안정성과 장기 전략 일관성 확보'를 강조했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 환경 변화가 잦은 시기이기 때문에 연임을 통한 경영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연임은 안정을 의미하지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실질적 동력과는 별개”라는 반응이 나온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작년부터 이어진 금리 고점, 규제 강화, 투자심리 위축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거래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전성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수준이며,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일일 거래량이 체결 수수료로 영업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구조상 거래량 축소는 곧바로 수익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에서도 할인 요인이 된다.
코빗 역시 예외가 아니다. 코빗은 2021년 SK스퀘어 투자 당시 약 2000억원대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시장 침체를 감안할 때 동일한 수준의 가치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매각 협상에서는 거래량 및 미래 수익 전망이 중요한데,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기업가치 산정에서 ‘디스카운트(할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인수합병 전문가도 “시장에서 거래량 기반 모델은 현 시점에서 2021년과 같은 수준의 가치 산정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잠재 인수자들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외국계 거래소들의 관심이 컸으나, 최근에는 규제 비용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세해졌다. 실제로 해외 거래소 바이빗의 코빗 인수설이 거론됐으나, 이후 진전 없이 흐지부지된 사례는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즉, 인수자는 규모 확장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우선 고려하는 국면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거래량 축소는 장기적 매각에도 부담이다. 기업가치는 과거 기록이 아니라 미래 수익을 바탕으로 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거래량 하락이 지속될 경우, 과거 투자 당시의 기업가치를 기준 삼기 어렵고, 매각가는 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불황까지 겹치며, 기업가치 하방 압력은 국내 시장 요인뿐 아니라 국제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매각 협상 과정에서 매수자는 시장 리스크를 반영해 구조조정, 수수료 체계 개편, 비용 절감,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선제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협상 자체를 더 길고 복잡하게 만들고, 매각가에 추가적인 삭감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연임으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침체된 시장 흐름에서 협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코빗 관계자는 "거래량 감소는 특정 거래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거래량 회복에 대한 필요성은 항상 느끼고 있다"면서 "향후 법인 시장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될 경우 해당 시장에 집중해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