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일정 축소…HBM4 공급 시퀀스 대폭 앞당겨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삼성전자가 HBM4 검증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두인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제 샘플 출하로 선공을 날렸지만, 삼성이 SiP(Sysmtem in Package) 최적화 단계에서 빠르게 추격하며 공수의 양상이 뒤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HBM 3사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이 하이닉스를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 사의 HBM4 실제 공급 시점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량을 검증하는 무료 샘플과 고객사로부터 돈을 받고 대량으로 공급하는 유료 샘플은 성격이 다른데, 현재 양 사 모두 유료 샘플 공급 단계를 거쳐 대량 양산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선제 공급하며 개발 일정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HBM4의 PRA(생산준비승인)를 마치고 SiP(System in Package) 단계의 검증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개발·검증 일정에서의 일정이 빠르게 축소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러한 추격의 배경으로 삼성전자가 HBM4에 적용한 선단 공정과 자체 파운드리 구조를 꼽는다. HBM4부터는 메모리 다이뿐 아니라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의 제어·전력·신호 처리 역할 비중이 커지는데, 삼성의 1c 공정 선택과 파운드리 역량이 패키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10나노급 6세대 D램인 1c 공정을 적용하고, 베이스 다이 역시 4나노급 로직 공정으로 제조한다. 특히 메모리와 로직 다이를 모두 자체 생산·조정할 수 있어 공정 간 연계와 미세 조정에서 유연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전자 HBM4를 탑재한 SiP 테스트에서 고객사의 요구 스펙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다이에 삼성전자보다 한 세대 전인 1b D램을 적용한다. 베이스 다이는 로직 공정으로 생산하지만 12나노급이며, TSMC에 외주를 맡기는 구조다. 마이크론 역시 HBM4에 1b D램을 사용하고, 베이스 다이는 여전히 메모리 공정을 통해 제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로직 공정이 아직 메모리에 최적화된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현재 전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HBM4부터 베이스 다이가 사실상 컨트롤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로직 공정 적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한 장비업계 주요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유일하게 HBM4에 1c D램 공정을 적용했고, 베이스 다이도 4나노급 로직 공정을 쓴다”며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 파운드리가 있기 때문에 로직까지 직접 생산할 수 있어 공정 변경이나 설계 수정 시 피드백 반영이 빠르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엔비디아가 HBM4의 요구 성능 기준을 잇달아 상향 조정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HBM4의 목표 속도가 JEDEC(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 표준인 8Gbps였지만, 더 높은 속도 구현이 가능하자 엔비디아가 10Gbps, 이후에는 11Gbps 이상으로 기준을 상향한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각 사에 요구되는 미세 조정 부담이 커졌고, 이는 기술 경쟁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율만 놓고 보면 여전히 하이닉스가 가장 안정적”이라면서도 “삼성 역시 수익성을 내기 가능한 수준의 수율 이상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흐름에서 최근 ‘삼성의 HBM4가 엔비디아 테스트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동시에 확산되며 주가에도 단기 훈풍이 유입됐다. 23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11만2500원까지 올랐다.
업계는 이른바 ‘최고 평가’를 정량적 순위 개념이라기보다는, 삼성전자의 HBM4가 GPU 패키지에 통합되는 SiP 단계에서 속도·전력 효율·신호 안정성 등의 성과가 좋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입출력(I/O)과 전력 제어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