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고위 관계자 미는 후보, 역으로 '잡음 리스크' 등으로 유탄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박윤영 사장으로 교통정리되면서 인선 배경을 둘러싸고 업계 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유력인사를 등에 업은 외부인사 '차출설'이 힘을 받는 모양새였으나 결과적으로 추천위가 내부인사 카드를 택하면서 안정 기류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KT의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및 KT 내외의 말을 종합하면, 추천위 내에서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후보자를 두고 장기간의 고심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안정형 인사를 택했다는 전언이다. 해킹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 추천에 따른 혹시 모를 잡음을 차단하고, 내부 수습에 기울이겠다는 위원회의 안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역시 마찬가지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과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박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는 박 후보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박 후보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토목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한국통신 시절인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로 이직했다가 다시 KT로 돌아왔다. 이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B2B(기업 간 거래) 사업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추천위 면접에서 역시 디지털전환(DX)·기업간거래(B2B) 전문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
인선은 외부 유력 후보가 거론되던 흐름을 뒤집고, ‘부담 없는 내부 카드’로 급선회했다. 정치권 변수와 해킹 사태 이후 여론을 동시에 의식한 결과, 이사회가 확장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초 주 후보를 중심으로 한 1강, 3중의 구도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 정부와 교분이 깊은 한 관계자는 22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특정 후보를 미는 기류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사회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킹 사태 이후 여론 악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강하게 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외부 출신 인사가 차기 대표로 낙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인선 막판 들어 분위기가 바뀌며 내부 출신 후보가 단수 추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최근 불거진 해킹 사태와 그에 따른 책임론, 여론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KT가 겪은 해킹 사태의 배경으로 외부 출신 경영진 체제에서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조직 불안이 거론돼 왔다”며 “이사회 내부에서는 ‘이제는 KT를 잘 아는 내부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외부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에 대해서는 경쟁사 출신 이력과 과거 보안 사고 경험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KT 노동조합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내부 출신 후보가 선정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며, 조직과 사업 구조를 잘 아는 인물이 선임된 만큼 조직 안정과 경영 공백 최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도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해킹 사태 수습과 보안 체계 재정비다. KT는 앞서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차기 대표 체제에서는 해당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 안정 역시 차기 경영의 중요한 시험대다. 그간 이어진 구조조정의 여파로 누적된 조직 피로도를 해소하고 내부 결속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박 후보가 위기 수습 국면에서 내부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경영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박 후보에 대해 “KT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며 “조직 안정과 함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