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임상 결과·자체 신약 모멘텀과 겹쳐 성장 구조도 '레벨업'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에스티팜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며 52주 신고가 경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2올리고동 증설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이하 올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확대, HIV 치료제 파이프라인 기대감이 겹치며 중장기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면서다. 상업화 고객 증가에 따른 고정 매출 기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티팜 주가는 전 영업일 대비 2.27% 상승한 13만 300원에 출발했다. 17일 경신한 52주 신고가 13만 4000원에서 다소 밀려났지만 상장 이래 세 차례 돌파했던 12만원보다 약 8.36%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 CDMO 시장 성장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은 2조6000억원 수준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올리고 치료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RNA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CDMO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서 외국인 지분 확대 등 수급 변화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단순 수주를 넘어 실제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2023~2024년 에스티팜의 수주 잔고는 1억4200만 달러에서 2억1300억 달러로 뛰었다. 에스티팜은 2025년 말 기준 약 2억5236만 달러(한화 3737억9563만원)의 잔고를 전망했다.
2022~2024년 말 연결 기준 매출은 2493억2167만원에서 2737억5134만원으로, 영업이익은 178억5141만원에서 276억 9253만원으로 늘어났다. 2025년 9월 말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2025억 8085만 원, 영업이익은 286억 6896만 원이다. 한국 IR협의회에 따르면 2025년 온기 예상 매출은 약 3188억 원, 영업이익은 529억 원이다. 최근 4년간 올리고 부문 매출액만 보면 연평균 성장률이 40.3%에 달한다. 박선영 연구원은 "제2올리고동 가동으로 대량 생산 대응 능력이 늘어나면서 수주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신약 파이프라인 상업화 속도 '잰걸음'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인 '피르미테그라비르'(STP0404) 임상시험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HIV 치료제 후보물질인 이 약은 기존 치료제보다 내성 억제력이 높고 1일 1회 복용만 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에스티팜 측은 2025년 10월 미국 감염학회에서 발표된 중간결과에 대해 "피르미테그라비르가 속한 주류 계열인 인테그라제저해제와 비교해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피르미테그라비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후속 임상에서 효과 지속성과 병용 가능성 등이 입증되면 파이프라인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제2올리고동 감가상각비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에스티팜은 제2올리고동 신축 및 단계적 증설을 위해 약 15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올해 말까지 집행한다고 공시했다. 설비가 가동되기 전까지는 감가상각비가 손익계산서에 먼저 반영되는 구조로, 단기 손익 부담보다 중장기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에스티팜 측은 "상업화 물량이 늘어나면 고정비가 흡수돼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제2올리고동 증설에 따른 비용은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팜 고객사의 신약 상업화 속도도 탄력이 붙고 있다. 신약이 한 번 상업화하기 시작하면 고객사로부터 최소 5~10년간 안정적인 API(원료의약품) PO(구매주문)이 나온다. 고객사가 매출을 시현하면 에스티팜 정비례해 API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에스티팜 고객사인 미국 신약 개발 기업 아이오니스(Ionis Pharmaceuticals)는 지난 11월 7일 미국심장협회에서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제 '올레자르센(Olezarsen)'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레자르센은 투여 6개월 시점에서 위약 대비 공복 중성지방 수치를 최대 72% 감소시켰고, 이 효과는 12개월까지 유지됐다. 안전성 측면도 이상반응 발생률이 위약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올레자르센 적응증이 심혈관 질환 예방 등으로 확장하면 공급 물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타 고객사인 미국 바이오기업 제론(Geron Corporation)은 11월 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472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에스티팜이 핵심 API를 공급하는 혈액암 치료제 '라이텔로'(Rytelo)를 처방하는 의료기관 수는 전 분기 대비 15% 증가했다. 세메르지안 CEO는 "초기 기대와 달리 후기 치료 환자군에서 중단 사례가 많지만, 라이텔로는 여전히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치료제"라며 "올해가 체질 개선의 해였다면, 2026년은 성장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제 API 5개 보유...3개는 적응증 확장 중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 올리고 기반의 원료의약품(API)을 전문 생산하는 CDMO 기업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29.5%를 보유한 동아쏘시오홀딩스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외 3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7.7% 수준이다. 2025년 12월 현재 시가총액은 2조 6400억 원 수준이다. 올리고 CDMO 분야에선 글로벌 3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품목별 매출은 올리고가 74%로 가장 많다.
올리고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치료제 전체의 시장규모는 2024년 약 1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올리고 CDMO 시장은 2023년 약 23억달러에서 2029년 약 67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21.8%의 성장이 전망된다.
올리고는 많게는 수십 개의 뉴클레오타이드가 연결된 짧은 인공 핵산(DNA·RNA) 사슬을 말한다. 특정 유전자 기능 조절, 질병 진단 및 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체내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거나 줄이는 '유전자 침묵', 특정 단백질 발현 조절 등을 통해 원하는 서열로 맞춤 합성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제 개발의 블루칩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티팜은 저분자 화합물 CDMO에서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올리고 CDMO 사업에 적용했다. 시작 물질인 모노머부터, 최종 API인 올리고를 생산 가능한 수직계열화 생산 체계를 갖췄다. 저분자 화합물, 올리고 부문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인증을 받았다.
2025년 9월 말 기준 에스티팜이 상용화 승인 받은 올리고 치료제 API는 5개다. 적응증은 고지혈증, 척수성근위축증, 골수이형성증후군, 가족성킬로미크론혈증, 유전성 혈관부종 등이다. 이 중 고지혈증, 골수이형성증후군, 가족성킬로미크론혈증 등은 적응증 확장을 앞두고 있다.
민보영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