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C-V 전략으로 복귀한 퀄컴, 삼성전자는 제조 경쟁력 시험대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AI 서버 시장의 무게중심이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CPU(중앙처리장치)로 이동하면서, 퀄컴과 삼성전자의 관계와 역할 역시 재정의되고 있는 움직임이다.
퀄컴이 RISC-V 기반 CPU 기술을 확보하며 데이터센터 시장 재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삼성전자 반도체(파운드리) 사업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지 업계가 숨죽여 보고 있다.
퀄컴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고성능 RISC-V CPU 설계에 특화된 반도체 스타트업 벤타나 마이크로시스템즈(Ventana Micro System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모바일 중심이던 퀄컴의 CPU 전략을 PC와 엣지, 데이터센터로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다만, 정확한 인수가액은 일반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의 전략적 의미에 대해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는 12일 공개한 분석 보고서 「퀄컴의 RISC-V 도박과 컴퓨팅의 미래(Insight: Qualcomm’s RISC-V Gambit and the Future of Computing)」를 통해 "퀄컴이 Arm 기반 CPU와 RISC-V 아키텍처를 동시에 운용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시장을 겨냥한 설계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특정 기술이나 개별 기업의 전략이라기보다, 컴퓨팅 구조 전반의 변화로 해석한다.
이석균 아주대학교 지능형반도체공학과 교수는 15일 〈녹색경제신문〉와의 통화에서 “AI나 서버로 단정할 문제가 아니라, 컴퓨팅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칩에 요구되는 역할 자체가 커지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며 “연산량과 기능이 늘어날수록 CPU를 포함한 반도체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시 AI 서버용 CPU 시장 확대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15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특정 업체를 떠나 AI 서버용 CPU 시장이 커질수록 파운드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된다”며 “다만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퀄컴이 CPU와 AI 가속기까지 설계 범위를 넓히는 동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중심의 공급자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학계 전문가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퀄컴처럼 CPU와 AI 가속기를 함께 설계하는 기업과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현 단계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하기보다 제조 경쟁력과 AI에 특화된 반도체 등 기존 강점을 얼마나 잘 강화하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HBM 등 일부 영역에서 이미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준 만큼 잘하던 분야를 다시 끌어올리는 전략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I 섹터 내에서 공급망을 두텁게 쌓아 올리고 있는 HBM을 포함,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PDDR 등에서 절대적 시장 우위를 다진 후 플랫폼으로 점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논지다.
퀄컴의 AI 서버 진출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AI 서버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박한솔 기자 william162191@greena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