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기반 투자 구조상 위험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 제기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대표 블록체인 VC(벤처투자사)로 알려진 해시드가 지난 수년간 Web3·NFT·메타버스·GameFi(게임파이) 등 이른바 차세대 블록체인 영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가운데,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실상 소멸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선두로 평가받아온 해시드가 투자 건수를 늘리며 생태계 확장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정작 실패 사례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시드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 수백 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크립토 VC’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2021년 이후 NFT·디파이(DeFi)·게임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 등으로 시장이 과열되던 국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해시드 포트폴리오의 대다수는 “미래의 블록체인 기반 경제를 주도할 혁신 기업”으로 소개됐고, 해시드는 “생태계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제는 이후 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반전되면서 드러났다. NFT 붐이 꺼지고 거래량이 급락하자, 한때 주목받았던 NFT 프로젝트 상당수가 이용자 감소, 서비스 중단, 토큰 가치 폭락을 겪었다. GameFi 역시 초기에 기대를 모았지만 상당수 프로젝트가 장기 유저 확보에 실패했고, 외부 커뮤니티에서는 “초기만 화려하고 실제 유틸리티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처럼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지만, 해시드 측은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해시드의 투자 방식이 전통적 VC 방식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해시드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지분 기반 투자가 아닌 ‘토큰 기반 투자’ 구조를 갖고 있다. 토큰 기반 투자는 플랫폼이 성장해도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 수익이 사라지는 구조이며, 반대로 플랫폼이 실패하거나 중단되면 토큰은 사실상 휴지조각에 가까운 자산이 될 수 있다. 토큰 가격이 투자자의 손익을 결정하는 구조는 전통 투자 시장보다 훨씬 높은 변동성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도 명확하지 않다. 전통 벤처투자에서는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투자 구조와 손실 처리 방식이 일정 수준 정형화돼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토큰 발행과 거래가 시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여서,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투자자 손실은 회복이 어렵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은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Web3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부분은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어, 상장기업처럼 공시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재무 상태, 사용자 수, 거래량, 개발 지속 여부 등 핵심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해시드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평가했고, 어떤 기준에 따라 투자 결정을 했는지, 실패 이후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불투명하다.
NFT‧GameFi 시장 붕괴 이후 실제로 가치가 소멸한 토큰이 적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발생한 손실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는 “큰 수익을 낸 뒤 빠져나왔다”는 개인 사례만 언급될 뿐, 손실 규모와 실패 비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카운터파티가 누구였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프로젝트’, ‘갑작스럽게 개발이 중단된 확률 게임형 프로젝트’ 등이 자주 거론되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시드가 시장 과열기에 대거 참여하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했지만, 이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 리스크가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투자 스토리는 화려했지만, 토큰 기반 투자라는 구조적 한계는 결국 투자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고 말한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명분이 실제로는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감춘 채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시드가 지금처럼 성공 사례만 부각하고 실패 사례에 대한 구체적 정보 제공을 소홀히 한다면, Web3 생태계 전체의 신뢰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보호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높은 기대감만 확산될 경우, 결과적으로 투자자 피해와 시장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시드가 진정한 ‘생태계 구축’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공 프로젝트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투명하게 공유하고, 토큰 기반 투자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위험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Web3가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투자 구조와 숨겨진 실패’라는 그림자를 걷어내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시드 관계자는 "해시드는 벤처캐피탈로서 다양한 혁신팀과 기술을 지원하며, 프로젝트의 운영·성과·리스크는 각 운영 주체의 고유한 책임이다. 일부 자회사가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결과는 각 법인의 독립적 판단과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독립적인 법인 또는 특정 프로젝트의 결과를 해시드 전체의 투명성 문제로 연결하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며, 해시드는 규제 준수와 책임 있는 투자·빌드 원칙에 따라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