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급한데 2억 퇴직연금 담보대출 되나...법 가능, 현실은 '사실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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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자금 급한데 2억 퇴직연금 담보대출 되나...법 가능, 현실은 '사실상 불가'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11.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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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최근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잇따라 출시, iM뱅크 127억·신한은행 협약 등...모두 기업·공공기관 대상
- 퇴직연금 법적으로 압류 금지, NH농협만 5000만원 한도 취급...공무원은 연금공단 통해 보증보험 가입시 6000만원
- 2023년 중도인출 2조4000억 전년比 40% 증가, 30·40대 75.7%가 주택자금...시장 432조 성장에도 개인 활용 제한적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시행 효과가 아직까지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은행권에서 증권사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됐지만 되려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운용기관 변경이 제한적인 제도의 한계점과 각 은행의 자금 수성 노력,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무관심 등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Pixabay]
[사진=Pixabay]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주택 구입 자금이 급한데 2억원의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을까. 법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32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개인 담보대출은 압류 금지로 사실상 막혀 있다. 연말 성수기를 맞은 은행들은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정작 일반 직장인이 자신의 퇴직연금을 담보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사실상 전무하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iM뱅크는 이달 27일 신용보증기금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제도 신규 도입을 지원하는 '퇴직연금 활성화 보증 대출'을 출시했다. 5억원 출연금으로 127억원 규모의 보증 재원을 조성해 업체당 5억원 한도로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10월 한국동서발전, 8월 한국석유공사와 '퇴직연금 담보 설정 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이 직원 복지 자금을 지원할 때 해당 직원의 퇴직연금에 질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두 상품 모두 기업 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이 직접 자신의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구조는 아니다.

일반 직장인의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담보권 실행의 법적 한계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압류가 금지되어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가입자는 수급권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대출금 연체 시 담보권 행사 근거가 명시되지 않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출금 회수 불가 리스크를 전적으로 떠안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개인 담보대출 취급을 기피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채움 퇴직연금대출'을 취급 중이나, 적립금의 50% 이내 최대 5000만원 한도로 주택구입·의료비 등 법정 사유에만 이용 가능해 실질적 활용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공무원은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예상 퇴직급여의 50% 범위에서 기본 2000만원, 보증보험 가입 시 최대 6000만원까지 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체계가 일반 직장인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달라 연금자산의 담보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 자체는 마련돼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은 적립금의 50%까지 담보 설정을 허용하며,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 의료비, 대학 등록금, 혼례비, 장례비 등 법정 사유로 대출 목적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압류 금지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연체 발생 시 채권 회수 수단이 없어 실질적 담보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상품 출시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담보권 행사 근거 명시 방안을 검토했으나, 근로자 보호 원칙과의 충돌로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개인 담보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중도 인출을 선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6만4000명이 2조4000억원을 인출했다. 전년 대비 인원은 28.1%, 금액은 40.0%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75.7%를 차지했으며, 용도별로는 주택 구입 52.7%, 주거 임차 27.5%로 주거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후 자산으로 축적해야 할 퇴직연금을 주택 마련을 위해 조기 인출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담보대출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30·40대의 중도 인출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4년 퇴직연금 수급 개시 계좌 중 일시금 수령 비율은 87%에 달해 연금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2024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조원 증가한 432조원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법적 제약으로 일반 직장인의 실질적 활용 수단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말마다 상품을 내놓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전무하다"며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는 데 제도적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담보권 행사 근거 마련과 함께 중도 인출 억제 방안을 병행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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