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중심 전환·연금 장기투자 체계 개편 강조
표심 쥔 대형사 변수 부각…미래에셋 ‘서유석 반대 기류’ 주목
중소형사 출신 체급 한계 지적도 이어져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이 유일한 현직 증권사 사장 출신 후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8년간 신영증권에서 근속하며 쌓아온 업권 이해도, 사장 취임 이후 이어온 54년 연속 흑자 행진, 그리고 증권·운용·신탁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이력은 차기 협회장을 바라보는 업계의 기대와 맞닿아 있다.
38년 '신영 원클럽맨'…54년 연속 흑자 이끈 안정형 CEO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신영증권 수장으로 취임한 황 사장은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 후 38년간 근무한 원클럽맨이다. 업계에서는 리테일, IB, WM, 자산운용, 기획, 리스크관리, 재무, 인사 등 증권사의 모든 핵심 부문을 두루 거친 보기 드문 CEO로 평가된다.
황 사장은 "근속 기간 동안 신영자산운용·신영부동산신탁 등 계열사와 연계해 운용·신탁·기업금융 전반을 경험하며 업권 전반의 이해도를 쌓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영부동산신탁이 10년 만에 신규 인가를 획득할 당시, 황 사장은 경영총괄로서 실무자들과 함께 사업 전략을 수립해 4대 1 경쟁률을 뚫고 신규 인가를 받아낸 사례가 있다.
사장 취임 이후에도 보수적 리스크 관리와 내실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변동성이 극대화된 엔데믹 이후에도 실적 안정성을 지켜냈다. 올해 반기(4~9월) 기준 영업이익은 1118억원, 순이익은 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1%, 25.5% 증가했다.
공약 핵심은 '자본시장 중심 경제구조'…연금·장기투자 기반에 집중
황 사장의 핵심 공약은 한국 경제의 금융 축을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옮기는 구조 전환이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고령화·저성장 압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비생산적 가계 자산이 증시와 연금시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사장은 "자본시장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과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정부·금융당국과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은행 중심 금융체계에 머문 일본과 투자은행 중심 자본시장 구조를 구축해 혁신을 이어간 미국의 차이가 미래 경쟁력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와 국가부채 증가, 1%대 성장률 고착화 흐름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자본시장 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입법 라인과 긴밀히 소통해 자본시장 현안을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와 연금정책 개선은 황 사장이 제시한 가장 구체적 과제다. 그는 "한국의 디폴트옵션은 원금보장형 중심이라 장기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며 "미국의 401(k)·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처럼 장기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국민 노후자산이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 등과 협력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장기투자 기반 확충을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증권사 사장 출신 협회장 필요"…황성엽 사장 존재감 부각
업계에서는 과거 금융투자협회장은 대부분 증권사 출신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증권사 사장 출신 적합론’이 일고 있다. 다만 제6대 회장 선거에서는 예외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였던 서유석 회장이 미래에셋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1사 1표'가 아닌 회원사 분담금 규모에 따라 투표권이 차등 배분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래에셋·한국투자 등 대형사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적 특성이 이번 선거에서도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연임 선례가 없음에도 서 회장이 차기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최근 서 회장의 친정 격인 미래에셋그룹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판세는 미궁 속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연임 선례가 없는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단임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서유석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분(표)이 많은 미래에셋·한국투자 등 대형사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라며 “서 회장은 친정 이슈가 있어 업계에서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회는 정책·입법·대관 역할이 큰 조직이다 보니 증권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 업계를 대변하기 쉽다”면서 “운용업에 오래 있었던 인사들은 아무래도 증권업보다 운용에 특화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황 사장은 ▲업계 유일의 순수 증권사 출신 ▲실적·리스크·내부통제 모두 안정적 성과 ▲기업금융·운용·리테일을 모두 경험한 경영자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실무적 적합성을 동시에 갖춘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출신이라는 체급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황 사장)이 중소형사 관점에서 업계를 대변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있지만, 금투협 의사결정 구조에서 지분은 대형사가 대부분 쥐고 있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소형사 출신이 업계 전체를 흔들 만한 파워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금감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업계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중소형사 출신이 큰 변화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주관하며, 내달 18일 금융투자협회 총회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