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부통제 사고 동시다발…신뢰 리스크 확대
전문가, "강화된 규정 따른 제재 필요" 한 목소리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증시 호황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내부통제 리스크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외형 성장에 가려졌던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이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수익은 최대인데 사고는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하며 거래대금이 폭증했고, 브로커리지 수익·자기매매·상품판매가 증권사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9832억원으로 2조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 등도 모두 '1조 클럽'에 올랐다.
다만 실적 호황과 달리 내부통제 사고는 업계 전반에서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NH투자증권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사적 이용 의혹이다. 해당 임원은 최근 2년여간 회사가 공개매수를 주관한 11개 종목의 정보를 직장 동료·지인에게 사전에 전달해 약 2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공개매수 55건 중 절반이 넘는 28건을 주관했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은 중대 범죄로 분류되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장기간 이를 적발하지 못한 내부 감시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나게 된다. 현재 해당 임원은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이며 NH투자증권은 “혐의 단계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전자금융·정보보호 관련 내부통제 실패가 확인됐다. 2018~2021년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이용자 사용 패턴을 정기적으로 분석하지 않아 비대면 주식거래 서비스가 지연·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비상로그인 프로그램 오류로 고객의 성명·계좌·보유종목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개인정보 유출도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에 기관경고와 12억원대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강남지점 직원이 고객 명의 계좌에서 예탁금을 수개월간 무단 인출해 개인 자금으로 사용한 사건이 알려지며, 지점 관리·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고객은 최소 7명, 피해액은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벨기에펀드' 판매 과정에서 위험고지·적합성 등 불완전판매 요소를 다수 확인하면서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까지 겹쳤다.
또한 지난 9월과 10월 한국거래소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무차입 공매도(선매도 후대여)로 의심되는 매매 주문을 확인했으며, 이를 공매도 업무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두 회사에 각각 '경고'와 '회원사 제재금'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일부 증권사들은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사장 직속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팀(TF)'를 신설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사장 직속 '소비자보호 TF'를 꾸려 사고 재발 방지 체계 강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성격이 서로 다르더라도 사건이 반복된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고 분석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된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면 이는 중대한 내부통제 결함"이라며 "개인의 위법행위와 별개로 내부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후 면피성 조직이 아니라, 사전 단계에서 위험을 탐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부 감시 체계 강화"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실적 확대와 내부통제 간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도 내부통제 강화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부통제 체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투자하고 보완하느냐가 향후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