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분석해보니…부채 1884억, 전속계약금·영업권 500억대, 현금흐름 마이너스
“학원은 이겼지만 시장은 무너진다”…사교육비 폭등의 진원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11월의 대치동 학원가는 수능을 앞두고 특유의 긴장감이 가득했다. 학생들은 교재를 품고 강의동과 강의동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오갔고, 빵 하나를 들고 황급히 이동하는 모습에도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그 복잡한 인파의 중심에는 단연 ‘시대인재’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어디 다니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한결같았다. “국어는 시대인재요, 수학도 시대인재요.” 단 10여 년 만에 대치동 학원가의 절대강자 자리를 차지한 시대인재는, 지금 이 거리의 흐름을 사실상 바꿔놓았다.
그러나 이 급성장 이면에는 화려한 간판으로는 가릴 수 없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 ① 6년 만에 매출 6배…“상장사보다 빠른 속도”
금융감독원 DART에 따르면 시대인재 운영사 하이컨시의 매출은
2018년 636억 원 → 2024년 4300억 원
무려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교육 시장 전체가 1.8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대치동에서는 거의 독주에 가까운 속도다.
이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는
고난도 모의고사 선점
스타 강사 독점 스카우트
공격적 지점 확장
이 있었다.
대학가 관계자는 “메가스터디를 넘어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3 최상위권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성공 신화’는 결국 학부모의 지갑 위에 세워진 구조라는 점이 문제다.
한국 학생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569만 원, 5년 새 57%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가파르다.
■ ② ‘억대 전속계약금’으로 강사 싹쓸이…학원가 질서 붕괴
시대인재는 대치동에서 ‘강사를 가장 잘 데려가는 학원’으로 악명이 높다.
2024년 하이컨시의 전속계약금은 152억 원(5년 새 7배 증가)이다.
단일 학원 기준으로는 유례없는 규모다.
경쟁 학원의 한 원장은 말한다.
“억대 계약금이면 학원업계 상도의(商道義)를 무너뜨리는 금액이다.
유명 강사들이 계약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시대인재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경업금지 조항 위반
수강생 유출
계약 기간 도중 이탈
문제들이 속출했고,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민·형사 소송이 여러 건 벌어졌다.
강사료 지출은 2024년 1559억 원, 6년 새 5배 상승했다.
이 비용은 결국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실제로 재수종합반은 월 교습비만 200만 원, 각종 교재·모의고사·특강비까지 더하면 “월 300만 원”, 기숙형은 “월 500만~600만 원”이 들어간다는 하소연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공연하다.
■ ③ 대치동 28개 지점…‘오우석로(路)’가 된 거리
대치동 학원가의 위기는 코로나19와 임대료 폭등으로 이미 진행 중이었다.
그 사이 시대인재는 거침이 없었다.
공실이 생기면 속전속결로 계약을 체결해 선점했고, 강의를 개시하지 않은 건물도 일단 확보해 수개월간 비워두는 일도 적지 않았다.
대치동 공인중개사들은 말한다.
“대치동은 공급 자체가 적다. 시대인재가 빈 건물만 나오면 다 가져가니 다른 학원들은 자리를 못 구한다.”
현재 시대인재·하이컨시 계열이 운영하는 지점은 대치동에만 최소 28곳. 대치동 일대에서는 그래서 이 거리를 “오우석로(路)”라 부른다.
■ ④ ‘킬러 문항’ 사들이고 실적 부풀리고…각종 법적 논란
시대인재의 영향력 확대 과정에서 법적 논란도 이어졌다.
① 고교 교사에게 ‘킬러 문항’ 매입
경찰 수사 결과, 일부 강사들이 고교 교사들로부터 초고난도 문항을 불법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이컨시는 “개별 강사의 일탈”이라 해명했지만, 수년간 반복된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② 저작권·데이터 무단 크롤링
2024년 6월, 시대인재 입시분석센터 팀장과 재수종합반 담당자는 진학사 데이터를 불법 크롤링해 무단 복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③ 공정위 제재
2023년, 하이컨시는 “의대 정시 합격자 2명 중 1명이 시대인재N 출신”이라는
부풀린 광고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를 “실적 과대포장 경쟁이 학원가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 ⑤ 감사보고서로 본 하이컨시…‘폭풍 전야’의 재무 구조
겉으로는 승승장구지만, 하이컨시의 재무제표는 고속 성장의 대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1) 부채 1884억…자본의 두 배
2024년 기준 하이컨시의 부채총액은 1884억 원, 자본총계는 776억 원. 부채가 자본의 2.4배다.
2) 차입금만 1년 새 900억 증가
단기차입: 153억 → 348억 유동성 장기부채: 343억 → 528억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빚으로 충당한 셈이다.
3) 영업권·전속계약금 500억대…성과 없으면 바로 손상처리
영업권: 357억 전속계약금: 152억
특히 전속계약금은 유명 강사가 이탈하거나 성과가 떨어질 경우 즉시 손상처리되는 고위험 자산이다.
4)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은 460억이지만 투자·재무활동을 반영한 최종 흐름은 –131억.
“장부상의 이익은 늘지만 실제 돈은 줄어드는 구조”라는 전형적 레버리지 의존 성장 패턴이다.
■ ⑥ 사교육비 폭등과 대치동 붕괴…“시대인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학원들의 ‘규모의 경제’ 경쟁이 사교육비 폭등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시만단체 관계자는 “강사를 뺏기고 지점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결국 비용 폭등을 부른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학부모가 낸다.”
한 교육학 교수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는 저출생과 직결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되면 학부모 부담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치동 한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치동을 장악한 시대인재가 흔들리면 대치동 전체가 무너질 거라는 말이 괜히 도는 게 아니다.”
■ 결론: 화려한 간판 아래 ‘위험한 성공’이 흐르고 있다
시대인재는 분명 대치동 학원가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성공의 기반을 들여다보면
빚으로 지탱된 외형
공격적 스카우트
과대광고
불법 문항 매입
공실 선점
고위험 무형자산
이 한꺼번에 뒤엉킨 구조다.
성장 속도만 보면 ‘대치동 1등’이지만,
내부 구조를 보면 ‘폭풍 전야’에 가깝다.
학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교육 시장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