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정비업계 톺아보기]① 길어지는 공임 체계 공백... 누가 변화를 가로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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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정비업계 톺아보기]① 길어지는 공임 체계 공백... 누가 변화를 가로막나?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5.11.0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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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공임 산출 기준 없어, 소비자 눈가리고 업체간 경쟁 저해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출범한지 7년째 아무런 결과 못내
정비협회 대표하는 4개 협회, 변화 거부하며 소통無

한국은 글로벌 3위의 현대차그룹을 보유한 자동차 강국이지만 정비업계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후진적 관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협의체 구성에서부터 수리 비용 산정까지 여러 이권이 얽힌 가운데 제도가 고착화됐다. 하지만 모빌리티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인 정비업계에도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섰다. 연재기사를 통해 정비업계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모빌리티 산업은 전례없는 대변화 앞에 섰다. 친환경 파워트레인 전환부터 자율주행•SDV 전환까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00년 보다 앞으로의 10년이 자동차 산업에서 더 격변의 시기라고 말한다.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발맞춰 R&D 영역을 조정하고 사업을 리밸런싱하며 변화를 숨가쁘게 쫓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국내 자동차 정비 업계는 홀로 고립되길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에 발맞춰 설비를 투입하고 직원을 재교육해야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문을 굳게 닫은 채 레몬마켓(판매자와 소비자의 정보 격차가 큰 시장)으로 남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접수된 자동차 정비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953건 중 약 73.3%가 ‘정비 불량’이었다. 사례도 다양하다. 에어백 작동 불량, 과전류로 인한 전기계통 손상, 미인증 부품 사용 등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큰 개인자산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비 업체마다 설비 수준이 다르다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한다. 사고가 나면 보험사 임의로 정비업체가 정해지는 식이다.

업계를 오래 지켜봐온 관계자들은 1990년대에 정착된 이후 제대로 개정된 적이 없는 자동차 정비 요금 체계를 손보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2018년에 '공표제'가 폐지된 이후 '시간당 공임'을 산정하는 방식이 공백으로 남아있어, 업체 간의 건강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다. 

현재는 업체 개별 수준이 아닌, 소속 권역을 기준으로 시간당 공임이 정해진다. 같은 관할구 안에서 수리비를 통일하는 식이다.

정석적인 공임 체계를 만드는 것이 업계 쇄신의 첫 번째 과제지만, 여러 이권이 얽힌 가운데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 진척없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7년 째 제자리걸음

시간당 공임은 정비사가 1시간의 작업을 하고 받는 인건비로, 업체마다 다르다. 업체의 설비 투자, 제조사 인증 여부 등 정비 퀄리티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시간당 공임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정비업체의 설비 규모 등 정비 수준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이에 따른 시간당 공임을 다르게 산정한다.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정비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라는 협의체가 출범했다. 국가 주도로 공임을 산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으니 당사자인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함께 체계를 만들라는 취지였다. 

협의회는 정비업계 대표자 5인, 보험업계 대표자 5인, 공익단체 5인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협의회는 7년이 넘도록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정비업계 대표자들이 협조적이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의결의 결정적인 순간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보험업계가 적극적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업계 고질병인데,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산식이 만들어지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시간당 공임 산정을 일임한 것은 현업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정비업계가 투명하게 시설 투자비용, OEM 인증 여부 등 전문성을 공개해 이를 데이터화 해야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협의회 출범 취지가 '현업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인 만큼, 정부도 이를 중재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 4개로 나뉜 자동차 정비협회, "제 실속 챙기기 바빠"

현재 정비업계는 △카포스(CARPOS,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카컴(CARCOM, 전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카리프(KARIF,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카이마(KAIMA,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이 4개의 연합회가 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협의회 인원도 이들 중에서 선출된다. 

이들이 협의회를 맡은 것 부터가 '잘못 꿴 단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만큼이나 역할도 비슷한 단체들이 4개로 쪼개져 있어, 업계의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 제도 속에서 이권을 가진 단체들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할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판한다.

수입차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업계는 제조업체(OEM) 인증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서 국산차 독립 정비업체들 보다 시설 투자 비용이 훨씬 크다. 수입차 공식 딜러사는 시간당 공임을 산출할때 OEM의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4개 연합회를 대상으로 우리도 협의회의 일원으로 넣어달라고 수없이 요구했다. 국내 수입차 비중이 20%가 넘은 만큼, 국산차 정비업을 대표하는 4인에 수입차 정비업을 대표하는 1인을 넣어 목소리에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요구는 모두 묵살되었고 협의회는 여전히 4개 연합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사례처럼 업체별 시설 수준이 낱낱이 공개되고, 이를 근거로 시간당 공임이 산정되면 신규 투자를 감행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업체별 수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되는 것이다. 

업계가 이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연합회의 역할은 축소되고, 정비업계가 국가 기관의 관리 아래로 들어오게 된다. 이미 국회에서는 정비업계 관리를 전담할 공기관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연합회가 제도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술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영세적인 사업 운영으로는 차량 발전 기술을 커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전기차는 특히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수리하면 정비사와 차주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자동차 후방산업 활성화를 위해 OEM이나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시설 및 장비, 정비사 교육에 투자하지 못하면 피해는 결국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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