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부재로 다시 잠식 전환, 유상증자 반복…제도 모순 지적
기술육성 취지 무색, 면죄부 제도로 변질 비판 확산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구조적 논란에 휩싸였다.
재무 구조가 부실한 일부 기업들은 기술특례 방식의 상장 직전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상장 후 공모자금 유입으로 회계상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근본적인 수익성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아 다시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유상증자에 의존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이 '혁신 육성의 통로'에서 '재무 취약기업의 면죄부'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상장 앞두고 자기자본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자본잠식 리스크 제한적"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지노믹스는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들어갔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206만주, 희망 공모가 1만7000~2만2500원으로 350억~464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NH투자증권으로, 11월 중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알지노믹스는 RNA(리보핵산) 치환효소 기반의 RNA 편집·교정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중이며,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국가전략기술 제1호 기업' 및 '국가전략기술 보유·관리기업'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신설된 초격차 기술특례제도 상장 트랙 1호 기업으로 도전 중이다. 지난 6월 나이스평가정보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했고, 예비심사 신청 40영업일 만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알지노믹스는 본격적인 상장을 앞두고 지난 7월 중 부채로 분류되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 자본으로 대체하면서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내역은 3분기 가결산 및 정정신고서에 내역이 반영될 예정이다.
앞서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손실이 지속되면서 알지노믹스의 자본잠식률은 2024년 5587%에서 2025년 상반기 1만863%로 확대되고, 자기자본도 -932억원에서 -1828억원으로 감소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를 전환된 기업은 회계상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증권신고서 상에는 "알지노믹스는 2025년 7월 중 부채로 분류되었던 전환상환우선주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되어 자본으로 대체된 것과 더불어, 금번 상장 공모를 통한 자기자본 증가로 인해 상기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자본잠식·자기자본 유예는 없다"…제도 모순 논란
다만 수익성 개선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 우려는 여전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기술성장특례를 적용받은 기업은 상장 직후 일정 기간 매출액·세전이익 요건은 면제받는다. 매출은 5개 사업연도, 세전이익은 3개 사업연도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그러나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에는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다.
알지노믹스의 증권신고서에도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 중 '자본전액잠식' 항목은 기술성장특례기업에 대해 별도 유예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제도상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이후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과 ‘자본잠식이 없을 것’ 요건이 삭제되면서 기술특례기업은 실적이나 자본 상태와 관계없이 상장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은 가능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일반기업과 동일한 자본잠식 기준이 적용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리스크에 노출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경우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돼, 상장 이후에도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 공시전문가는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는 기술이 입증된 기업에 대해 신속하게 상장을 시키는 제도라서 재무구조는 일부만 적용받는다"며 "재무구조가 안 좋더라도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 취지인 만큼 투자자들도 이를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잠식 해소는 일시적…유증으로 버티는 악순환
업계에서는 모순적 제도가 결국 ‘주주 자금 의존형 경영’을 고착화한다고 우려한다. 상장 직전 전환사채·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장부상 자본을 플러스로 맞춰놓은 뒤 상장하거나 상장 후 공모자금으로 자본잠식을 일시 해소하지만, 이익창출 기반이 부실한 탓에 1~2년래 다시 잠식 상태로 돌아가고 유상증자로 연명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5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로킷헬스케어의 경우 자본총계가 2021년 -1036억원, 2022년 -975억원, 2023년 -784억원, 2024년 -771억원으로 4년째 완전자본잠식을 지속했다.상장 직후 공모자금과 우선주·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자본잠식을 해소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2억원, 순손실 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 역시 2024년 상장 당시 자본총계(2024년 1분기 기준, 2억원)가 자본금(49억원)을 밑도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자금으로 자기자본이 증가하면서 잠식을 해소했지만, 1년 만에 자본총계가 93억원에서 42억원으로 줄며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결국 최근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주주 자금으로 회사를 이어가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패턴은 시간이 지나면 상장폐지로 귀결되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 성장성 특례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5년 연속 영업적자 끝에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으며 올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파멥신 역시 2018년 기술특례 상장 후 7년간 매출 30억원 미만에 머물며 퇴출이 결정됐다. 또다른 기술특례 기업들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SCM생명과학, 카이노스메드 등도 지속적인 적자로 재무적 위기 상황이다.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메자닌 발행 등 자금조달로 상장을 연명하고 있다.
반면 알테오젠과 같은 성공 사례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기업 취지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회 부여"라며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하더라도 공모자금 유입이나 우선주 전환을 통해 대부분 해소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보다 기술특례 심사 요건이 많이 강화됐으며, 단순 기술력보다 실제 상업화 가능성과 시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알테오젠 등 상장 후 반복 유증을 거치며 시총 상위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알테오젠은 2014년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기술특례상장)를 통해 상장한 최초의 바이오기업으로 상장 이후 수차례 제3자배정 등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알테오젠은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