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50조 국민성장펀드, 우는 아이 모두 젖을 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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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50조 국민성장펀드, 우는 아이 모두 젖을 줄 순 없다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5.09.27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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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운용계획 (자료=금융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이재명 정부가 150조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관제펀드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규모다. 국민성장펀드에 국운이 달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75조는 금융권 투자과 국민 공모자금으로 조달하고, 또 다른 75조는 정부보증 채권 및 산업은행 출자로 이뤄진다. 절반은 민간이, 절반은 정부가 부담하는 구조다. 손실이 나면 이를 정부가 우선 흡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실상 세금을 통한 기업 지원 성격이 강하다. 

기업들은 반색하고 있다. 내수가 위축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수출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굵직한 자금원이 새롭게 솟아난 셈이기 때문이다. 발표에 다르면 AI 30조원, 반도체 21조원, 이차전지 7.9조원, 디스플레이 2.6조원, 모빌리티 15.4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각 업계는 150조 안에서 저마다의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 앞다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업계간 신경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드는 또 다른 제도가 있다. 세액공제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기업에 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내야할 법인세를 감면해준다는 점에서 기업에겐 자금줄이 된다. 세액공제는 한국이 수출을 시작하고 경제가 성장하던 1970년대부터 시행해, 국내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잡았다.

최근 국내 주요 산업들이 중국에 추격을 당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업계 별로 세액공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는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를 3년째 요구히고 있다. 세액공제는 우선 내야한 법인세가 있어야 유효한데, 전기차 캐즘이 덮친데다가 그나마 있는 시장도 중국에 뺏겨 '적자나 면하면 다행'인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이 작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에 숨통이 조이기는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LCD 시장을 내준 대신 OLED 시장에서 초격차를 벌리고자 했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OLED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달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기차 생산에 따른 생산세액공제(PTC, production tax credit)에 대한 논의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를 세우며 국내 생산 물량이 대폭 미국 현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전기차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검토 과정에 있다.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산업이 각자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펀드 투자던, 세액공제던 '우리 산업'에 더 투자해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모든 산업을 골고루 지원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말은 아무런 산업도 키우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외침처럼 이 또한 포퓰리즘이다. 

역대 관제펀드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도 여러 산업군의 눈치를 보며 자원을 너무 잘게 배분한 탓이 크다. 백평짜리 밭에 물 한 바가지를 뿌리면 모두가 말라 죽는다.

취재를 하며 만났던 전문가들은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여러 우려점들을 이야기했다. 각 업계별로 쏟아지는 세액공제 확대 요구 중 제대로 관철된 사례가 아직 없는 것도, 정부가 어떤 산업을 중점적으로 키워야할지에 대해 명확판 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세액공제야 정부의 수입을 줄이는 일이니 진척이 미적지근해도 타격이 크진 않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는 다르다. 무려 150조다. 여러 산업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주는 돈은 아까운 물 한바가지를 공중에 흩뿌리는 일이 될 터다. 

특정 산업 안에서 어떤 분야를 키울지에 대해서도 섬세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민성장펀드 중 AI산업에 배치될 예산이 30조원인데, 이 돈으로 LLM부터 GPU, AI 서비스까지 모두 키우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잘 할수 있고, 아직 세계시장에 선두 플레이어가 없는 산업을 콕 찝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펀드나 세액공제나 모두 세금을 산업의 거름으로 쓰는 일이다. 정부의 신중한 판단과 냉철한 관리감독으로 넥스트 반도체가 될 산업을 찾아주길 바란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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