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종목·자동화·위험경보 UX 차별화…준수 속도가 점유율 좌우할 전망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 빌리기(가상자산 대여)’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객 유치전에 들어갔다. 서비스 구조와 한도, 수수료가 서로 달라 이용자 선택을 놓고 미묘한 차별화 경쟁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 5일 시행된 당국·업계의 자율 가이드라인이 제동 장치로 작동하면서, 각 사의 운영 방식이 빠르게 재정비되는 중이다.
업비트는 7월 ‘코인빌리기’를 개시했다. 담보금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범위, 담보의 20~80% 수준까지 대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도입 당시 지원 자산은 비트코인(BTC) 중심이었고, 바로 다음 날 리플(XRP), 테더(USDT)로 확대했다. 수수료는 신청 시 0.05%, 이용 중에는 8시간마다 0.01%가 부과되는 구조다. 만기 30일이 기본 골자다.
빗썸은 담보 자산의 ‘배수’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7월 공개 당시에는 담보가치의 최대 4배까지 대여 가능하다고 밝혔고, 멤버십 등급에 따라 최대 수억원까지 한도를 제시했다. 이용 기간은 30일, 신청 수수료 0.05%와 8시간마다 0.01%의 이용 수수료 체계는 업비트와 유사하다. 이후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한도와 배수를 축소 조정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코인원은 9월 15일 ‘코인 빌리기’를 내놨다. 원화를 담보로 BTC를 빌리는 단일 종목 체제에서 시작했고, 담보 대비 최대 82% 한도(인당 3000만원), 최대 30일, 일 0.05%의 단리 수수료라는 규격을 제시했다. 신청·상환 전 과정은 24시간 자동화되어 있으며, 위험 인지 퀴즈·강제청산 사전 알림·자동 물타기(담보 자동 증액) 같은 보호 장치를 포함했다.
이용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라는 당국 메시지는 한층 분명해졌다. 금융위는 DAXA(국내 5대 거래소 협의체) 자율 규제 형식의 ‘가상자산 대여 가이드라인’을 9월 5일 시행했다. 담보가치를 초과해 코인을 빌려주는 ‘레버리지형’ 대여 제한, 사업자 고유재산 사용 원칙, 제3자 위탁·협력을 통한 간접 대여 금지, 이용자별 한도·수수료 상한, 종목 공시 등 세부 기준이 포함됐다. 향후 법제화도 예고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특히 ‘레버리지형’ 모델을 겨냥한다. 빗썸이 초기에 내세웠던 ‘담보의 N배’ 구조는 조정 압박을 받았고, 일부 매체는 제휴 외부업체 연계 모델 등 규정 미이행 논란을 제기했다. 빗썸은 한도·배수 축소 등 개선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은 각 사의 준수 수준과 재설계 속도를 촘촘히 살피는 분위기다.
요금 체계도 경쟁 포인트다. 업비트는 신청 수수료(0.05%) + 8시간마다 0.01% 누적 방식으로 ‘사용 시간’ 기준 과금 체계를 명확히 안내한다. 코인원은 일 단위 0.05% 단리로 간결함을 가져갔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투자 전략(짧게 빌려 단타, 길게 보유 등)에 따라 어느 구조가 유리한지 체감 차이가 날 수 있다.
지원 자산과 담보·한도 설계도 판별 요소다. 업비트는 BTC에서 XRP·USDT로 빠르게 외연을 넓혔고, 코인원은 안정적 출발을 위해 BTC 단일로 시작했다. 빗썸은 초기부터 다수 종목 지원을 내세웠지만, 가이드라인 이후엔 시총 상위·거래지원 다중 상장 등 ‘대여 가능 종목’ 기준이 더 엄격해진다. 종목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기회가 커지지만, 리스크 관리 난이도도 함께 올라간다.
‘강제 통제’와 ‘가시성’은 이제 핵심 경쟁력이다. 대여 한도·위험 경보·강제청산 규칙을 전산으로 강제하고, 이용자별 한도·수수료·청산 현황, 종목별 대여 잔량 등 ‘보이는 데이터’를 적시에 공개하는 곳이 신뢰를 선점한다. 가이드라인은 월 단위 강제청산 현황, 실시간 대여 현황 등의 공시를 요구해 시장 정보 비대칭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고객 경험 측면에선 ‘진입 전 교육·적격성 테스트’가 분수령이다. 코인원은 위험 퀴즈를 통과해야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업비트·빗썸도 KYC·한도·경험치 기반 제한을 구체화했다. 이는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비슷한 체계를 의도한 것으로, 초보·고위험 성향 이용자의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려는 취지다.
결국 승부처는 ‘규제선 안쪽에서의 속도’다. 각 사가 레버리지 제한, 제3자 위탁 금지, 종목·수수료 공시 등 새 규칙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반영하느냐가 점유율에 직결된다. 서비스는 비슷해 보여도 한도·요금·보호장치·공시의 디테일은 다르다. 이 디테일이 이용자의 체감 안전성·편의성을 가르고, 그 차이가 실적과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빗썸의 배수·한도 체계 재정비와 제휴·위탁 구조 개선이 어디까지 진행되는지. 둘째, 업비트의 지원 종목·한도 운용의 안정성과 수수료 체계의 설명력. 셋째, 코인원의 단일 종목 출발이 어떠한 리스크 관리 성과와 고객 체감 안전성으로 이어지는지다. 자율 규제의 법제화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만큼, ‘준수 속도’ 자체가 새로운 경쟁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