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GS칼텍스, 롯데케미칼·현대오일뱅크 등 수직 통합 논의 본격화
업계 "특별법 통한 세제·금융 지원 필요", 정부 "자구노력 먼저"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의 압박 속에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가 연말까지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지지부진했던 통폐합 논의가 다시 진행되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목표를 현 생산량의 최대 25% 수준으로 설정했다. 연간 370만톤에 달하는 규모로, 이 경우 10여 개 공장이 통폐합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에서도 정유사와의 수직 계열화를 구조조정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LG화학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등은 수직 통합 방식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체가 보유한 NCC 설비를 정유사에 넘기고, 석유화학 업체는 2차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모델이다. 원가 절감과 안정적 원료·수요처 확보라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여수 산업단지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통합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연 338만톤)이고, GS칼텍스 역시 2022년 완공한 여수 NCC에서 연 90만톤을 생산한다. 두 회사가 손잡을 경우 지리적 인접성을 기반으로 공급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남 대산 단지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유사한 방식의 수직 계열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주요 산단별로 물밑 접촉이 이어져 왔으며,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간 수평적 통폐합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2·3위 에틸렌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과 여천NCC가 설비 통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통합할 경우 최소 5% 이상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천NCC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만큼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아 빠른 합의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정부 지원 방식이다. 업계는 조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병행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금융권은 ‘선 노력, 후 지원’ 원칙을 고수하며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 산업이 최우선 의제로 다뤄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금융·세제·규제완화 등 종합지원 패키지를 가동하되, 무임승차하거나 구조개편을 미루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며 엄격한 원칙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체질 개선 과정에서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불가피하다”며 “정부도 산업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