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우발부채 지표 경고…‘안정상품’ 이미지 균열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발행어음 시장이 신규 사업자 진입 기대로 ‘시즌2’를 앞두고 있다. 키움·신한·삼성·메리츠·하나증권 등 5개사가 금융위원회 인가 심사를 받고 있으며, 기존 4대 사업자(한국투자·KB·미래에셋·NH투자증권)가 나눠 가진 44조원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다.
다만 시장 확장 기대와 달리 ‘안정상품’으로 불려온 발행어음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 압도적 1위 한국투자증권을 둘러싼 듀레이션(만기) 미스매치 리스크가 뇌관으로 지목된다.
한국투자증권, 공격적 영업의 대가…수익 1위 '우뚝'
실제 발행어음 부문 압도적 1위(잔고 기준)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운용 수익에 대한 업계의 찬사와 잠재적 듀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IB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발행어음 사업으로만 약 3000억~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형 IB인 신한투자증권이 연간 벌어들인 총 영업이익(약 2800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비결은 공격적 영업이다.
한 초대형 IB 업계 관계자는 "한투 발행어음 운용본부는 여타 경쟁 사업자와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 매우 공격적인 영업을 추구하고 있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발행어음 운용에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을 일부 적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발행어음 부문은 아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칼라일그룹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비우량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을 구조화해 리테일에 판매, 흥행한 이력이 있다. BB등급에서 BBB등급 CLO를 분산으로 담아 리스크를 분산한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공격성을 대변해 주는 마케팅으로 꼽는다. CLO 공모펀드 출시까지 노렸으나 반려 당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특판을 진행한 연 3.4%(1년물) 금리 상품(퍼스트 발행어음)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흥행했다. 동일 조건의 일반 상품 대비 0.5%p 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통상 경쟁사들이 2%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는 데 비해 한국투자증권은 수신금리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잔고를 확충했다. KB금융은 2.80%, 미래에셋증권은 2.70%(원화발행어음 만기형) 수준이다.
커지는 듀레이션 미스매치…유동성 리스크 점증
근본적인 문제는 듀레이션 미스매치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점증이다. 신용평가사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포인트다. 주요 IB들이 자기자본 대비 발행어음 잔고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지만, 향후 운용과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한도 100%에 육박한 상황이고, KB증권은 약 77%,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40% 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 등 주요 신평사들과 업계는 1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에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5월 발간한 크레딧 리포트에 따르면, 고위험 익스포져(우발부채, 브릿지론, 해외대체 투자 등) 관련 리스크 관리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특히 발행어음 관련 듀레이션 미스매치 운용 위험을 적시하면서 시장의 눈길을 모았다.
기업금융의 비중이 10조원에 달하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우발부채 잔액 5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0~60% 수준으로 타 증권사 대비 높다. 더불어 레버리지 활용을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치 위험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듀레이션 리스크의 지표인 비매칭차입부채의 경우도 올 1분기 말 35.5%로 상승한 상황이다. KB증권은 35.67%, 미래에셋증권은 30% 수준이다. 비매칭차입부채는 단기로 조달한 부채를 장기자산에 투자, 금리 조건 등 미스매치에서 발생하는 부채를 의미한다. 비중이 클수록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사업자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금리 비우량 회사채 등을 포트에 적극적으로 담는 등 수익성 위주의 운용을 확대해 왔는데, 현재 금리 안정기를 감안하면 큰 문제는 되지 않겠으나 향후 기준금리가 재차 상승할 경우에는 더 큰 운용 및 차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각 증권사들이 해외 고 익스포져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어 듀레이션 미스매치에 대한 우려감은 더 커질 거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등 수위 사업자의 경우 해외 부동산 PF 외에 크레딧 물, 해외 기업금융 자산(CLO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향후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경쟁이 격화되면 듀레이션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발행어음 사업자들이 통상 3개월 단위로 유동성 갭을 관리하고 있는데, 위험자산의 비중이 늘어나 만기 전에 엑시트를 예상했던 투자자산의 회수가 딜레이되는 케이스가 많아진다면 신규 조달 상에서 리스크가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