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중대 벌칙금리 도입…은행 '양적→가격 제재' 정책 수단 전환
상태바
한은 금중대 벌칙금리 도입…은행 '양적→가격 제재' 정책 수단 전환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8.13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위반 은행 조달비용 두 배 급증…중소형 은행 직격탄
- 지급준비금 벌칙금리 확장…'양적 제재'에서 '가격 제재'로
- 차주 부담 전가 우려…한은 '공동검사 점검 강화' 대응책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규정을 위반한 은행에 최대 1%포인트의 벌칙금리를 부과한다. 위반 은행의 조달비용이 기존 대비 두 배로 급증하면서, 그동안 자금 회수와 한도 축소로 대응해 온 '양적 제재'에서 금리를 활용한 '가격 제재'로 정책 수단이 전환되는 모양새다.

12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벌칙금리 제재를 받는 은행은 현재 연 1.0%인 금중대 금리에서 최대 2.0%까지 부담하게 된다. 1000억원 규모 금중대를 활용하는 은행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비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 핵심은 금중대 관련 자료를 허위 작성하거나 위·변조를 반복한 금융기관에 최대 6개월간 1%포인트 이내 벌칙금리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금융기관의 규정 준수를 유도하고 금리 제재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제재 방식 변화는 한은이 지급준비금 부족 은행에 적용해 온 벌칙금리 카드를 금중대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금중대는 한은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해당 자금이 요건에 맞는 중소기업 등에 대출로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현재 연 1.0% 금리로 총 14조원 규모가 운용되고 있다.

자금 회수나 한도 축소와 달리 벌칙금리는 즉시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직접비용이다. 특히 금중대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은행일수록 수익성 악화 압박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중대 활용 비중이 높은 지역은행과 중소형 은행의 경우, 이들 은행의 위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은 측은 금중대 관련 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변조하는 사례가 일부 은행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출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서류상으로는 요건을 만족하는 것처럼 조작하거나, 사후 보고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내용을 기재하는 행위 등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중대 금리 차등화는 은행의 중대 과실에 대해 더 강화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함으로써 은행 차원의 제도 개선을 촉진하고 리스크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측은 "금중대를 취급할 때 고의 또는 불법적인 이유 등 중대한 위규가 발생할 경우 특정 금중대를 취급한 은행에 대해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설정할 수 있다"며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서 적법하게 금중대를 취급할 유인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벌칙금리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금중대 관련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 요건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사후 보고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통위원들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차주의 이자 부담 전가 가능성을 핵심 과제로 제기했다. 은행이 벌칙금리 부담을 중소기업 대출금리에 반영할 경우 정책금융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가격 제재 방식이 제재 대상인 은행이 아닌 최종 차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공동검사 시 점검 강화, 위규 사항 공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차주로의 이자 부담 전가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위규 사항 공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재 수단으로, 업계에서는 평판 리스크를 통한 추가적 억제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위원은 금융기관의 중대한 위규에 대해서는 지역본부가 아닌 본부 차원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 측은 "금중대가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지역본부와 긴밀히 조율해 일관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벌칙금리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되며, 한은은 하반기 동안 은행들과의 소통을 통해 제도 정착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