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5, 판 바꿀까, 전용 플랫폼 첫 적용에도 짧은 주행거리 한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경상용차의 전동화 전환률이 역성장하면서,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달성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 경상용차 판매량은 2만 500대로 전년(약 4만 4000대) 대비 약 52% 급감했다.
이로써 국내에 등록된 전기 경상용차는 총 14만 6000여 대로, 전체 경상용차의 약 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택시가 전체 택시의 14%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전체 경상용차 시장이 경기 침체로 인해 23% 이상 줄어든 가운데, LPG 경상용차는 오히려 판매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유지비 측면의 이점이 충전 인프라 부족과 짧은 주행거리 등 실사용 불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유지비보다 피부로 와닿는 ‘충전의 번거로움’
전기차는 유지비 측면에서 LPG 차량 대비 분명한 장점이 있다.
2025년 7월 기준 LPG 가격은 리터당 1,052원이다. 포터2 LPG 모델의 평균 연비를 8km/L로 계산하면, 한 달에 1,500km를 주행할 경우 월 연료비는 약 19만 원이다.
전기 모델은 완속과 급속 충전을 1:1 비율로 사용할 경우, 평균 충전 단가는 kWh당 약 300원 수준이다. 포터EV의 복합 전비를 3km/kWh로 계산하면, 같은 주행거리에서 충전 요금은 약 15만 원이 나온다.
여기에 브레이크 패드와 엔진오일 교환 등 소모품 비용, 각종 통행료·자동차세·주차요금 등의 면제를 고려하면, 연간 최소 100만 원 이상의 유지비 절감이 가능하다.
전기차의 실구매가는 LPG 차량 대비 약 500만 원가량 더 높지만, 이를 고려해도 약 5년 내 초기비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 경상용차의 선택이 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충전의 번거로움'이다. 특히 짧은 주행거리가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판매 중인 포터EV 등 대부분의 전기 경상용차는 공인 주행거리가 250km 안팎이며, 화물을 적재하고 고속 주행할 경우 실주행거리는 200km 초반까지 떨어진다.
상용차 차주들은 하루 최소 70km에서 많게는 200km 이상을 주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매일 충전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신축 아파트가 아닌 이상 가정 내 충전 여건도 쉽지 않기 때문에, 충전 자체가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진다.
한 디젤 화물차 운전자는 “승용차도 집밥(가정용 충전기)이 없으면 충전 타이밍 맞추는 게 귀찮은데, 매일 100km 이상 주행해야 하는 상용차는 말할 것도 없다”며 “결국 직접 충전하는 수고를 유지비 절감으로 보상받는 구조인데, 차라리 돈을 더 내고 편하게 타겠다는 차주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최근 전기차 충전 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반면, LPG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기차의 경제적 이점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
▲ 기대 모으는 PV5, 과도기 거칠 전망도...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전기 PBV(목적기반 차량)인 PV5가 상용차 전동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V5는 현대차·기아의 경형 상용차 라인업 중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S’를 적용했다. 기존 포터EV, 봉고EV 등이 내연기관용 플랫폼을 개조해 제작된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전용 플랫폼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의 비약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PV5 스탠다드 모델은 51.5kWh 배터리를 탑재해 약 280km, 롱레인지 모델은 71.2kWh 배터리로 최대 377km까지 주행 가능하다.
현행 제도상 경상용 전기차는 항속거리가 280km 이상일 경우 최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PV5는 이 기준에 맞춰 주행거리 성능을 조정한 것으로 보이며, 업무용 차량 특성상 단가 경쟁력을 고려해 원가 상승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PV5 역시 기존 상용 전기차와 비슷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어 초기 판매가 드라마틱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탄소 배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상용차 부문의 전동화를 위해 제도적·산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