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 ESG 시스템 구축 총력...KB 28억원 투입해 연내 가동 목표
- 무대응시 금융권 손실 45조원 추정...체계적 기후리스크 관리 필요성 부각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기후에너지부 신설 검토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권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기후금융 정책의 체계적 재편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420조원 규모의 정부 기후금융 정책이 조직개편과 함께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공식 공약한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기재부 기능 재편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와 환경부의 기후탄소 분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된 배경에도 이런 조직개편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김 내정자가 초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앞서 "기후 정책과 에너지 정책, 기후 관련 금융 정책을 하나의 부서에서 담당하게 되면 훨씬 더 종합적으로 탄소를 줄이면서도 에너지 전환과 녹색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언급해 기후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검토와 함께 지난해 51조원 규모로 공급된 기후금융 정책의 추진체계도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처 간 조율 과정이 단순화되면서 정책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금융기관의 ESG 공시·전환금융·녹색금융 관련 규제와 인센티브 체계도 일관성 있게 정비될 전망이다. 특히 전환금융 제도화가 가속화되면서 탄소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상품 개발과 관련 규제 정비가 체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이미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제조업과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전환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전환금융 활성화에 동참해 산업 선진화를 촉진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4대 금융지주 모두 전환금융 시장 개화에 대비해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친환경 전환에 착수했다.
KB금융그룹은 28억7000만원을 투입해 연내 ESG 정보공시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12개 관계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10월까지 지속가능성 공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은 ESG 공시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상황이다.
투자 목표 설정도 공격적으로 확대됐다. KB국민은행은 2030년까지 ESG 금융 50조원 목표를 설정했고 하나은행은 ESG 금융 60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금융 인프라 체계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금융배출량 산출을 위한 기후금융 DB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은행권에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금융사가 대출·투자한 자산과 피투자 회사의 탄소배출량을 곱해서 금융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기후금융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금융배출량 워킹그룹을 발족하는 한편, 신용정보원 인프라를 활용한 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표준 금융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과 필요 데이터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2030년까지 민관 합계 420조원의 기후금융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으며, 정책금융기관들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검토가 본격화되면서 기후금융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동안 부처별로 분산됐던 정책이 통합되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같은 핵심 제도들이 더 빠르게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