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불확실성에 업비트 리스크 관리 전략 유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세와 함께 '렌딩(Lending)'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렌딩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로, 디파이(DeFi)부터 중앙화 거래소(CEX)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금융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이러한 트렌드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비트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렌딩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왜 국내 최대 거래소가 가장 기본적인 수익형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빗썸, 고팍스 등 일부 국내 거래소는 이미 제한적이지만 렌딩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으며,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OKX·바이비트 등은 이를 주력 상품 중 하나로 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불확실성이다. 가상자산 렌딩 서비스는 금융투자업, 여신업 등의 성격을 동시에 띨 수 있어 당국 해석에 따라 법령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렌딩 서비스가 '금융상품 판매'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거래소 입장에서는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
특히 업비트는 최근 FIU로부터 고객확인의무(KYC) 미흡 등의 사유로 중징계 통보를 받은 상태다. FIU는 업비트에 대해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와 함께 이석우 대표에게는 문책 경고를 통지했다. 업비트는 이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향후 규제당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점에서 추가적인 리스크 요소를 감수하기 어렵다.
법적 책임 확대 우려도 렌딩 서비스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렌딩은 단순 거래 중개와 달리 이자율 산정, 손실 발생 시 책임소재, 이용자 보호 조치 등 복잡한 문제를 동반한다. 특히 이자 지급이 늦어지거나 디폴트(부도) 상황이 발생할 경우 거래소가 법적으로 책임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업비트는 현재 거래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모회사 두나무는 2023년 기준 약 16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위험 부담이 큰 신규 서비스를 도입할 유인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오히려 보수적인 ‘리스크 회피형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거래소들이 이용자 유치 경쟁을 위해 렌딩이나 스테이킹 등 공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우는 반면, 업비트는 검증된 기능에 집중하고 법적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투자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하면서 자산을 '묶어두고' 수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 단기 수익 외에도 장기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예치형 상품이나 렌딩 수단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국내 1위 거래소라면 선도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거래소 이용자의 자금 대부분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 자금을 통해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공백은 결국 해외 거래소로 수요가 빠져나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업비트가 정책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렌딩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점차 명확히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 정비가 이루어질 경우 업비트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
국내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업비트의 렌딩 서비스 도입 여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