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전 시범운영 추진…올해 7월부터 혁신서비스 도입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정부가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연내 도입한다.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은행 영업점이 줄어들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2011년 7623곳에서 2020년 6454곳으로 줄었으며, 2023년에는 5794곳까지 감소했다. 이는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과 은행권의 비용 절감 노력에 따른 변화지만,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큰 불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여전히 대면 창구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으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기존 은행 영업점이 아닌 편의점, 우체국, 기타 금융기관 등에서도 예·적금, 대출, 송금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대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3분기 중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법 개정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오는 7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혁신서비스로 지정한 뒤 시범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은행과 대리점 희망 사업자 간의 협의를 진행한다. 오는 4~6월 사이에 사업 방식, 수익 배분 구조,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고, 이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대리점 사업자가 고객에게 충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관리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우체국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체국이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해 있어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은행 영업점이 드물어 금융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우체국을 활용한 대리점 운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은행대리업과 함께 금융 접근성 강화를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했다. 은행권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을 활성화하고, 편의점에서도 입출금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영업점 감소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은행 업무 위탁 운영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 은행' 개념이 정착돼 있으며, 영국에서는 일부 우체국이 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은행대리업 도입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리점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리점의 운영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비금융 일반기업에 대한 은행대리업 허용 여부는 추후 필요시 검토할 계획이다"며 "향후 IT기업이나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금융회사 업무위탁 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뒤, 은행대리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법 개정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2025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은행대리점이 확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