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비율 정상' 뒤에 숨은 위험...상상인저축은행이 드러낸 '건전성 지표의 함정'
상태바
'BIS 비율 정상' 뒤에 숨은 위험...상상인저축은행이 드러낸 '건전성 지표의 함정'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3.20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BIS 비율 '안전' 신호에도 부실채권 비율 26.9%로 급증...건전성 지표 맹점 드러나
- 금융위 "2011년 사태와 달라"...업계 "만기불일치 구조적 취약성 여전"
- 저축은행 79곳 중 60곳 고정이하여신비율 10% 이상...업권 전반 건전성 '적신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작년 12월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br>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작년 12월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본건전성은 양호하지만 부실채권 비율이 급증한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를 의결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 지표에 근본적인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IS자기자본비율은 규제기준을 충분히 상회하는데도 실제 부실은 급증하는 구조적 모순이 확인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5차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같은 조치 대상 후보였던 페퍼·우리·솔브레인 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개선을 인정받아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다. 금융당국은 "상상인저축은행은 경영실태평가 이후에도 경영개선권고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단기간 내 자산건전성 등급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상상인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10.5%로 법정 기준(8%)을 충분히 상회함에도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26.9%로 전년 말(15.05%) 대비 11.85%포인트나 급증했고, 연체율도 18.70%로 업권평균(8.52%)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BIS비율만으로는 금융회사의 실질적 건전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자산 부실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BIS비율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자동차 연료계가 '충분'을 가리키는데 엔진이 멈추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사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급증이었다. 회사의 건설·부동산업 및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3분기 말 28.62%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대출 부실이 한꺼번에 표면화된 결과다.

금감원이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이 치솟자 부실 우려 회사를 중심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섰고, 자산 건전성이 4등급(취약) 이하로 평가받은 곳은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 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4개사 모두 건전성 4등급을 받았으나, 페퍼저축은행 등 3곳은 부실 PF대출을 적극 정리해 자산건전성이 개선돼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다.

이번 사태는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 79곳 중 60곳(75.9%)이 작년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평균 1~2년 만기의 단기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이를 3~5년 이상의 장기 부동산 PF 대출로 운용하는 만기불일치 구조를 안고 있다"며 "이런 만기불일치는 경기 하강기에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시장 불안을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 조치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라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 시의 영업 정지, 계약 이전 등 고강도 구조조정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시장 불안을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 조치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라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 시의 영업 정지, 계약 이전 등 고강도 구조조정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 모럴해저드, 불법·부실대출 및 열악한 손실 흡수능력이 원인이었으나, 현재는 건전성·지배구조 제도 개선으로 손실 흡수능력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BIS비율도 2011년 말 6.8%에서 2024년 12월 말 15.0%로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행 건전성 규제는 금융회사의 복잡한 자산-부채 구조와 집중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 함정이 있을 수 있다"며 "단기 자금으로 장기 대출을 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은 6개월간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경영개선권고는 영업정지 등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예금·대출 업무는 평소와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언론을 통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자산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각적인 자구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드러난 건전성 지표의 맹점이 어떻게 개선될지, 또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