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수 많아 금고 선정 평가 시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항목서 크게 앞서
다만, 농협은행 '싹쓸이' 두고 불만도 나와... "비대면거래 시대에 점포 수로 당락 갈려선 안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은행이 지역자치단체 금고 유치 경쟁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경기도 1금고 수성에도 성공하면서 독주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다른 은행 대비 우월한 점포 수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의 이 같은 독주를 두고 볼멘소리 또한 내놓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일상화된 만큼 지자체 금고 경쟁의 당락이 점포 수로 갈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은행권에서 지자체 금고를 가장 많이 차지한 곳은 농협은행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290개 지자체 금고 중 187개(64.5%)를 관리 중이다. 농협은행이 각 지자체로부터 수탁받은 금고 규모는 280조3181억원으로 이는 전체 금고 규모(456조8468억원)의 61.3%에 해당한다. 농협은행이 지자체 금고를 사실상 싹쓸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농협은행은 최근에도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달 30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차기 경기도 1금고 운영기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로써 농협은행은 1999년부터 25여년간 지켜온 경기도 1금고 지위를 계속해서 이어가게 됐다.
농협은행과 경기도는 이달 중 1금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약정이 체결되면 농협은행은 오는 4월 1일부터 2029년 3월 31일까지 4년간 경기도 1금고를 맡게 된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 1금고의 예치금 규모는 일반회계와 지역개발기금 등 19개 기금을 아울러 총 32조원에 이른다. 농협은행으로서는 막대한 저원가성 예금을 다시 한번 확보하게 된 셈이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지자체 금고 시장을 장악한 이유로는 점포 수가 많아 금고 선정 평가 시 은행별 지자체 내 운영 점포 수 등을 따져보는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항목에서 타 은행에 적잖이 앞선다는 점이 꼽힌다.
현행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은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27점) ▲예치 예산 및 기금에 대한 금리(20~22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21~23점) ▲기여금(출연금)을 포함한 지역사회 기여도(6~8점) 등으로 구성되는데, 은행별로 점수 차이가 있는 기여도는 배점이 낮고 편의성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은행마다 점수가 비슷해 월등한 점포 수를 앞세워 편의성에서 상대적으로 고점을 받는 농협은행이 우위를 점하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현재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인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전국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1102개로, 2위인 국민은행(800개)보다도 300개 가량 많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아성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농협은행이 이번 경기도 1금고 유치전에서 승리한 것도 결국 영업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의 이 같은 지자체 금고 독식에 대해 불만 섞인 반응 역시 내놓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일상화된 만큼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의 중요도를 낮추는 방향 등으로 금고 선정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의 지자체 출연금이 수탁한 금고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지자체 수탁 금고 규모(280조3181억원) 대비 출연금(1965억3200만원) 비율은 약 0.07%로 은행권 평균인 0.25%에 크게 못 미친다. 은행권 안팎에서 "농협은행이 점포 수를 믿고 출연금은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웬만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영업점 수가 지자체 금고 유치전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지자체들로서도 (금고 선정 시) 기여금이나 금리 등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편이 세외수입 확보 차원에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은 은행의 협력사업비뿐만 아니라 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당행은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는 지방에 점포 및 자동화기기 운영과 지역사회공헌 등을 중점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행의 지난해 기준 지역사회 공헌금액은 연간 1600억원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