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뱅크 시중은행 전환 후 과도기 진입... '변화 대신 안정' 택했다는 분석
iM뱅크 시중은행 안착, 실적·건전성 개선 등이 황 행장의 주요 과제로 꼽혀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황병우 iM뱅크(옛 대구은행) 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직 연임에 성공하면서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1년 더 이어가게 됐다. DGB금융이 경영 연속성 및 안정성을 위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황 행장의 주요 과제로는 iM뱅크의 시중은행 안착과 실적·건전성 개선 등이 거론된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DGB금융은 지난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황 행장을 제15대 iM뱅크 행장으로 선임했다. 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 1년이다.
이로써 황 행장의 지주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는 1년 더 연장됐다. 황 행장은 지난해 1월부터 iM뱅크 행장직을 맡았으며 행장 취임 1년 3개월여 만인 지난 3월 DGB금융 회장 자리에도 올랐다. 회장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이 그룹의 핵심인 iM뱅크가 과도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황 행장의 겸직 체제 유지를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iM뱅크가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익숙치 않은 새 얼굴보다는 경험과 권력을 모두 갖춘 황 행장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GB금융 입장에서는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직접 이끈 황 행장의 노하우를 대체할만한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iM뱅크가 온전히 시중은행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황 행장의) 겸직 체제가 계속되는 것이 지주와 은행 간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 등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겸직 체제를 연장하게 된 황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로는 가장 먼저 iM뱅크의 시중은행 안착이 꼽힌다. 앞서 DGB금융 역시 지난 20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임추위)를 통해 황 행장을 차기 iM뱅크 행장 후보로 추천하며 이 점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승천 DGB금융 그룹임추위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관리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추진력을 고루 갖춘 황병우 후보자를 시중은행으로서의 성공적인 안착과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iM뱅크의 시중은행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비교하면 체급이 워낙 낮은 탓이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iM뱅크의 전국 기준 여수신 점유율은 2.0~2.5%에 불과하며, 올 3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약 57조원으로 5대 은행(평균 316조원)에 크게 뒤쳐진다. 전국 영업망을 늘려 자본을 안정적으로 불리지 못한다면 시중은행 안착은 어디까지나 '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황 행장은 iM뱅크의 지지부진한 실적 또한 끌어올려야 한다. iM뱅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황 행장 취임 이후 시작된 실적 감소 흐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iM뱅크는 지난 2022년만 해도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는 3878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달성했으나 황 행장의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전년 대비 6.1% 감소한 3639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특히 황 행장은 쪼그라든 비이자이익을 회복하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M뱅크의 올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급감했고, 이 탓에 영업이익(1조2137억원) 가운데 이자이익(1조158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5%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 상반기 국내 은행권의 이자이익 비중(89.8%)보다도 6%p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공통 과제로 꼽고 있지만 iM뱅크는 되려 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아울러 일제히 악화 중인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것 역시 황 행장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iM뱅크의 올 3분기 연체율은 0.73%로 전년 동기(0.54%) 대비 0.19%p 상승했으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같은 기간 0.56%에서 0.65%로 0.09%p 증가했다. iM뱅크의 '뿌리'인 대구·경북 지역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채권 부실도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iM뱅크의 전반적인 경쟁력은 시중은행에 비해 분명히 열위에 있다"며 "이 상태에서 시중은행 안착과 실적 및 건전성 회복이라는 고난이도 미션을 모두 해내야 한다는 얘기인데 대내외 변수까지 더해지면 아마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행장으로서는 겸직 체제가 이어져 오히려 어깨가 무거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