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금준비금'이 뭐길래... 보험사 배당 여력 '적신호' 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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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환급금준비금'이 뭐길래... 보험사 배당 여력 '적신호' 켜져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4.12.27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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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22년 이어진 배당 중단 우려... 해약환급금준비금 확대에 발목 잡혀
보험업계, 해약환급금준비금 빠르게 증가 중... 늘어날수록 보험사 배당 여력 ↓
관계자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 없으면 보험사 배당 여력에 계속 악영향 줄 것"
일부 보험사의 배당 여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보험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마련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잡아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Pixabay]
일부 보험사의 배당 여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보험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마련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잡아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Pixabay]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일부 보험사의 배당 여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보험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마련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잡아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올해 현대해상의 배당금이 '0원'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현대해상은 배당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뿐 아니라 향후 2~3년간 배당금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의 관측이 맞아 떨어질 시 현대해상의 연속 배당 '햇수'는 22년에서 멈추게 된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30여 곳에 불과하다. 현대해상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주주친화적'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현대해상은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5개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적지 않은 기업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배당을 줄이거나 중단하지만 현대해상은 그렇지도 않다. 당장 지난해 현대해상은 순이익(8057억원)이 재작년 대비 37.1%로 감소했음에도 순이익의 20.1%에 해당하는 1618억원을 배당했다. 여기에 올해는 실적까지 개선됐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1조4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증가했다.

이처럼 배당 전망이 어두운 보험사는 현대해상 외에도 여럿 있다.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중형사는 물론이고, 한화생명과 같은 대형사 역시 배당 여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생명보험업권과 손해보험업권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을 제외하면 배당 실시가 확실한 보험사는 없을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해당 제도는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원가부채 기준의 해약환급금보다 작은 경우 보험사로 하여금 부족액만큼을 준비금으로 쌓아두게 하는 제도로,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당시 마련됐다. IFRS17 체제 시행으로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로 바뀌면서 부채가 줄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내린 조치다. 

문제는 실적 개선과 해약환급금준비금 및 배당 여력이 얽힌 '상관관계'에 있다. 현행법상 배당은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미실현이익, 법정준비금(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을 제한 나머지 금액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데, 보험사가 영업을 확대해 실적이 상승하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맞물려 배당 여력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들어 보험업계가 호실적을 거듭하자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빠르게 불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3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9.6% 증가했으며, IFRS17 체제 시행 전인 2022년 말과 비교하면 무려 62.4% 급증했다. 당분간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현대해상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4조431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224억원)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보험사들이 거둔 순이익은 13조4000억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13% 가량 늘었다"며 "보험사 전반의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배당 전망은 오히려 암울해지는 것이 과연 맞나 싶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로 인한 보험사의 배당 여력 저하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10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00%(경과조치 전)를 넘어선 보험사의 경우 올해 준비금을 기존의 80%만 적립해도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건전성을 갖춘 보험사는 준비금을 덜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해당 개선안을 향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개선안의 수혜를 보는 보험사가 극히 적어 실효성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킥스가 200% 이상인 보험사는 삼성화재(280.6%)와 DB손보(229.9%) 등 단 두 곳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괜히 후순위채 등을 연달아 발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본 확충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향상시킴으로써 배당 여력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일정액 이상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도입 취지에는 물론 공감한다"면서도 "해약준비금 산출 기준을 지금보다 더 낮추지 않으면 지금처럼 호실적에도 (보험사들이) 돈을 빌리러 다니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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