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해외 투자자 대상 주주서한 발송·컨콜 진행... 밸류업 이행·건전성 관리 강조
금감원·금융위 수장도 글로벌 금융회사 만나... 정부 준비 태세·주요 정책 이행 의지 설명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지는 탄핵 정국에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금융권이 '해외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관 모두 글로벌 투자자 등을 상대로 국가 신인도 사수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최근 일제히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거나 컨퍼런스 콜을 개최했다. '계엄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해외 투자자 등의 불안감이 커지자 재빨리 진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하나금융은 지난 9일 주주서한을 통해 "그룹의 양호한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밸류업 계획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며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 위험에 대비해 그룹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며 "이를 통해 연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나금융은 각국의 금융당국을 만나기도 했다. 하나은행 뉴욕지점, 영국 런던지점, 독일 법인, 홍콩지점,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현지 금융당국을 상대로 국내 금융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건전성 영향과 위험 관리 체계 등을 소개했다. 하나금융은 앞으로도 대면·비대면 미팅 등을 통해 해외 투자자의 우려 및 혼선을 방지하는 동시에, 24시간 상시 대응 체제를 가동해 현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KB금융도 해외 투자자에게 서한을 보내 "KB금융은 일련의 사태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CET1 비율 및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존에 공시한 밸류업 방안을 변함없이 이행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KB금융은 계엄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현지 이해관계자와 소통 또한 적극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시장 변동성 관리를 위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 등을 열고 있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 소통 중"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역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개최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 중이다. 우리금융은 그룹 경영진이 해외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과 수시로 소통하는 가운데 자회사 대표이사 등이 홍콩 현지에서 다수의 해외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도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고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각 기관의 수장이 직접 해외 투자자 등을 만나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주요 정책과제들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행 의지를 알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에서 모건스탠리, UBS, 씨티, BNP파리바, JP모건체이스,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범정부차원의 경제금융 상황 점검 TF가 가동돼 소비 투자, 수출 등 경기 전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 문제해결은 정치 문제와 분리돼 있는 만큼 재정, 통화, 산업, 금융정책 간 적절한 조합(Polocy Mix)에 따른 시너지를 통해 경기 하방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또한 같은 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을 만나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과제들도 계획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의 이 같은 '해외 달래기' 노력에도 탄핵 정국 등 정치 불안정성이 계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무디스(Moody's)는 지난 6일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피치 또한 같은 날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 분열이 정책 집행, 경제 성과, 재정 관리 등을 훼손할 경우 신용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경제는 차갑다'는 말이 밈처럼 쓰이고 있는데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 해외 투자자 등이 정말로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며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최대한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