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관세 정책 추진 예상... 반도체법 폐지 가능성은 작아”
참여 연사들, “국내 기업이 미국 제조업의 파트너 돼야”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한국경제인협회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해 주최한 좌담회에서 참여 연사들이 국내 기업이 미국 제조업의 파트너가 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11시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됐는가?-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 대응에 관여했던 한국의 통상 베테랑들이 참여했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종훈 전 국회의원,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던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한미FTA 재협상 당시 수석대표를 맡았던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으로 한미 FTA 재협상에 참여했던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연사로 나섰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화상으로 좌담회에 참여한 여한구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이 선거 이후 폭풍전야의 상황을 겪고 있으며, 트럼프가 강력한 지지율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여 위원은 “현재 워싱턴은 자유주의 오피니언 리더, 싱크탱크가 낙담을 겪고 있는 폭풍전야 상태”라며 “트럼프는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전체 득표율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50.7%를 확보하며 강력한 맨데이트(권한)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취임 100일 이내에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세수 확보를 위해 관세를 가급적 넓게 적용하려는 상황이고, 60% 중국 관세는 시행될 것이며 보편관세도 10%로 일단 추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기업이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편 관세 등 트럼프 2기의 정책 급변은 모든 국가가 겪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법과 관련해서는 정책이 완전히 폐기될 가능성이 작고, 미국의 제조업 재건과 관련해 한국 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 위원은 “반도체법 도입으로 인한 투자로 공화당 지역이 주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정책이 완전히 폐기되기는 쉽지 않다”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에 있어서 한국 기업 없이는 미국의 제조 기반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 재건 등에서 한국이 미국에 투자와 협력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에 참여한 다른 연사들도 한국 기업이 미국 제조업의 핵심 파트너가 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김종훈 제19대 국회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혼자서 개발, 제조를 모두 할 수 없는 분야”라며 “반드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법 축소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위축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것을 장점으로 미국과 여러 기술 인력의 교류, 공동 R&D 등을 통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면 트럼프 정부도 더 확실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CEO가 지휘하는 글로벌 전략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기업의 경제능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규제 완화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정부와 소통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