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의존도 낮추고 자체 경쟁력 키워야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케이뱅크가 내년 초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이번 달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노렸지만 수요예측에 참패해 반년 후로 시점을 미룬 것이다. 다만 업계는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선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관측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번째 IPO 계획을 철회하고 내년 1월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된 '제9회 금융의날'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다시 정비해서 1월에 (IPO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IPO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수요 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면서 “시장 친화적으로 구조 등을 정비해 잘 준비해서 시도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는 공모 과정에서 청취했던 시장 의견을 반영해 공모구조를 수정하겠단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0~14일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가 희망밴드(9500~1만2000원) 하단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주문이 몰려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업계는 케이뱅크의 세 번째 도전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바라본다.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먼저 업비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을 놓고 입을 모은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케이뱅크의 높은 업비트 의존도가 화두에 올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에만 85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으로 연간 86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케이뱅크는 타사와 차별화되는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케이뱅크는 올해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한 수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탓에 향후에도 케이뱅크가 같은 수준의 수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이뱅크의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LCR은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예금 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LCR은 184.67%로 집계됐다.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708.50%), 토스뱅크(676.7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리테일 ▲SME(중소기업대출)·SOHO(개인사업자) ▲플랫폼 등 세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성장 계획을 짰다.
실제 상장 철회 직후인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대구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대구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 상품을 출시했다. 앞서 이달 초 서울·부산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보증서대출을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소상공인 대출로 내년 여신이 최소 4~5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면서 소상공인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내년 1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낼 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