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부품인 '릴레이', 통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데도 지연
코레일, "원래 O사 부품...제조사와 무관하다" 설명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코레일 서울본부 관할의 A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의 수리가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수리 지연 이유 중 일부는 기존 사업과의 중복 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공기업의 '기존 거래선'이 공사 지연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와 시선을 끈다.
코레일 서울본부 관할의 A역사에는 대합실까지 두 단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상단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하단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9월 20일부터 고장난 상태다. 상단 에스컬레이터 기준 한 달 넘게 고장 상태인 것이다.
먼저 상단 에스컬레이터의 수리는 코레일과 최근 새롭게 계약한 업체가 담당한다.
마침 8월에 코레일이 공고를 낸 대규모 유지보수 사업 내용에 상단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부품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단 에스컬레이터다.
하단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원인은 '릴레이'라는 부품인데,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인데다 에스컬레이터 제조사마저 부품 수급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데도 한 달 넘게 부품 수급을 이유로 수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A역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제조사인 B사에는 부품 주문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유 재고가 없는 것도 아니다.
B사 관계자는 "릴레이는 우리가 부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보유해 두는 경향이 있다"며 "A역사 수리와 관련된 주문은 전혀 들어온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릴레이'라는 부품은 에스컬레이터의 다른 부품과 달리 범용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C씨는 "상단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사유인 스텝체인이라면 회사 브랜드별로 특수성이 있어서 부품 수급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릴레이는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릴레이라는 부품은 아주 구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통상적으로 구매해서 쓸 수 있다"며 "보통 자동차가 고장나면 제조사 A/S센터에 가서 수리해도 되지만 일반 공업사에 가도 되지 않느냐. 에스컬레이터 수리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제조사에도 보유분이 있고, 범용성이 있는 부품인데도 아직도 부품 수급이 안 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코레일이 반드시 특정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것이 공기업 특유의 '거래선 존중' 문화가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원래는 제조사에 부품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기업이 연관된 경우 통상적으로 거래하는 '거래선'이 있다. 거래선에 요청하고, 부품 제조가 중국에서 이뤄지다보니 시일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에스컬레이터는 B사의 제품이지만 부품은 B사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해당 유지보수건에는 'O'사의 부품(릴레이)이 사용되며, B사의 부품 재고와 무관하다"며 "B사가 만든 에스컬레이터라고 해도 부품 전체가 B사의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O사의 부품을 받고 있었고, 그래서 그 부품을 다시 O사로부터 구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코레일이 언급한 O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레일이 내는 시방서와 발주업체로부터 제출받는 견적서에도 특정 회사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코레일의 기존 거래선을 존중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품 수급이 늦어지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A역사의 하단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D업체 관계자는 "지금 취재하시는 거냐.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상단 에스컬레이터는 10월 25일 완료 예정, 하단 엘리베이터는 10월 18일 조치 예정이라고 코레일 관계자는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