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A씨는 스마트폰을 개통하러 가는 길에 최근 이슈되는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정작 개통 과정이 시작되자 A씨 앞에는 패드 기기 하나가 등장했고, 순식간에 모든 내용이 지나간 뒤 A씨가 서명하자 개통이 끝났다. A씨는 "집에 가서라도 무엇에 동의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아무 자료도 받지 못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따로 신청하면 모바일로 보내주겠다던데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개인정보동의서를 포함한 약관을 문서로 출력해 고객에게 현장 제공 가능한 반면, KT는 대리점에 비치된 패드 기기로 모든 내용을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KT 대리점에 방문한 A씨는 "직원이 바쁘게 서두르는데 기다려 달라고 하기도 그렇지 않나. 무엇에 동의했는지 집에 가져가서라도 찬찬히 확인하고 싶었는데, 종이에 인쇄해서 주는 것은 없다더라"고 말했다.

KT의 가입과정 중 상당수는 매장 내 비치된 '패드' 기기에서 이뤄진다. 인쇄 과정을 생략해 종이를 절약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모든 것을 찬찬히 읽고 확인하기 힘든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상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계약 후 모바일로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에게는 장애물이다. 

타 통신사 대리점과 달리 KT만 고객 요구에도 약관 인쇄가 불가능 한 점에 대해 KT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행정지도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방통위는 확인이 안 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 한 곳에만 행정지도를 할 리도 없고, 대리점의 영업 방식인데 프린트를 해라 마라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대리점 관계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자가 방문한 KT 대리점 관계자는 "어차피 개인정보 쓰는 것 몇 개 없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정도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KT는 서류 관련 패드 등 전자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고객 요청에 따라 출력해서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일부 대리점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할 수 있도록 교육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