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인증서 부담액,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89억원 수준까지 증가 예상
저탄소 제품 라인업 구축, 관련 정책 방안 마련 중요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2026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의 재무 부담이 급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 및 정부 지원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가 EU CBAM 도입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이 2026년부터 9년간 2조644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BAM 시행 초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이나 2030년 이후 부담이 보다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증서 비용 2030년 기준 3086억원, 2034년 기준 5589억원은 각각 CBAM 대상 對EU 철강 수출액(42억달러, 2023년 기준)의 약 5.4%, 9.8% 수준이고, 이는 對EU 수출액의 0.3%, 0.6%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석결과 인증서 비용 부담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품의 배출집약도”라며 “우리나라 제품의 탄소집약도가 낮아질 경우 부담 수준이 상당히 경감될 수 있기 때문에 CBAM에 대한 근본적 대응은 저탄소 철강 산업으로의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EU CBAM 대응을 위한 저탄소 전환을 강조하며 세계 주요 철강 기업들의 기술개발 현황도 제시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스웨덴의 SSAB는 Hybrit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저탄소 제품의 파일럿 생산 단계에 이르러 2026년에는 1.3백만톤 생산을 계획 중이다. 중국의 Baowu는 그레이 수소를 활용한 1.2백만톤 수준의 DR-EAF 설비를 2023년 말 설치해 올해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포스코는 새로운 수소환원 공정인 HyREX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CBAM 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EU에 수출하는 제품군을 시작으로 저탄소 제품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저탄소 공정 개발과 저탄소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 지원 등을 참고해 탄소중립 혁신을 선도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형창 현대제철 지속가능경영팀장 역시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 관점에서 저탄소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고,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격 체계가 마련된다면 설비 전환을 통해 저탄소 제품 시장에 진입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으나, 현재 저탄소 제품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용자 관점의 규제가 미미한 상황이며 고객의 저탄소 제품 적용 니즈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탄소 철강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한편, 철강 산업의 저탄소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녹색 철강의 미래, 수소환원제철-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주도의 투자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 기준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약 4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전체 설비 전환을 위한 비용으로만 2050년까지 최소 약 20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총 정부지원금 2685억원 중 약 10% 수준인 269억원만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배정되고, 나머지 약 90%는 탄소 감축 효과가 적은 현존 설비 개선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