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청정에너지 확대' vs 공화당 '에너지 관련 규제 전면 해제'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산업정책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만큼 한국 경제계가 보다 면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3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담긴 '2024년 대통령선거 정강'을 분석한 결과, 두 정당의 경제정책 기조가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중심 정책에, 공화당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술혁신 장려 등 기업 성장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현행 21%인 법인세율이 내년 말 일몰 예정인 가운데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율을 구간별로 2∼3%포인트 낮추는 '감세 및 일자리법'(TCJA)와 관련, 두 정당의 입장은 크게 갈렸다.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8%까지 높일 것이라고 정강에 명시했다. 반면 공화당은 정강 상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포괄적 감세 입장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15%까지 감세를 목표로, 최소한 20%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국내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조가 가장 엇갈리는 분야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석유 지배력 축소'를 모토로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미국산 저탄소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기준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강조했고, 원전(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의 관심이 높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과 관련해 공화당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제시한 전기차 관련 의무 조치를 무효로 하겠다며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밝힌 상태다.
다만 한경협은 "IRA 보조금 철폐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한국 기업들은 IRA 관련 현지 투자 확대를 비롯한 대응책에 골몰하고 있다.
대(對)중국 정책에 대해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강 상으로 강경 기조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광물,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확실히 하되, '완전한 분리(decoupling)' 대신 필요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공화당은 최혜국대우 지위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 무역·투자 분야에서 강력한 제재 의사를 밝혔다.
세부 전략을 보면 민주당은 '필요시 협력을 통한 중국과 관계의 안정성 유지'를,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공화당이 정강에 통상 관련 별도 챕터(5장)를 만들어 '미국 우선주의' 강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통상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적 지도력 강화를 강조한 것을 고려할 때 기존 통상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양당의 정책 기조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2020년 대선보다도 정책 차이가 벌어졌다"며 "특히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입장이 크게 갈리는 만큼 반도체, 자동차 등 업종별로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111개 전국 여론조사의 평균을 집계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7.6%의 지지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7.3%)에 0.3%포인트 앞서는 등 누가 승리할 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