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위권 중형증권사로서 닻 올려
외부 인력 수혈 진행 중
"추가증자, M&A 염두에 두고 있어"
"무리한 M&A는 손실흡수능력 악화시킬수도"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내달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의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빠르면 10년 안에 초대형 투자은행(IB) 그룹에 진입하기 위해 인력 영입, 자금 투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M&A까지 동시에 진행할 자금 여력이 있냐는 세간의 의문에 실탄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다간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우리투자증권이 새롭게 출범한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합병 인가안을 의결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개최되는 금융위 최종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증선위는 인가안과 함께 투자매매업 예비인가 역시 통과시켰다. 한국포스증권은 현재 펀드(집합투자증권) 업무만 가능하다. 이로써 증권사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밑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조1500억원대의 자기자본을 시작으로 증형 증권사로서 닻을 올린다. 이는 업계 18위 수준으로, 10년 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됐을 당시 자기자본이 4조385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옛 아성을 되찾고자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부터 외부 인력을 수혈하고 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에서 양완규 부사장을 영입했으며, 5월에는 박현주 전무(기업금융1본부장)이 우리종금으로 둥지를 틀었다. 영입한 인재만 총 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확충만으론 체급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금융 측도 인지하고 있다. 남기천 우리종금 사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위상에 맞는 증권사가 되려면 최소 '탑10'은 돼야 한다"며 "빠르면 5년 안에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내로 초대형 IB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데 이를 위한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증자나 2차 합병(M&A)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만이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과거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었던 걸 감안하면 우리금융 입장에선 매각 건을 뼈아프게 느낄 수밖에 없다.
증자를 매번 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추가 M&A는 필수인 상황이다. 우리금융 측도 이에 시장에 좋은 매물이 나오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그리고 나아가 우리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이 나오면 모두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격 역시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과 보험 M&A 시장을 넘나드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은행 의존도가 1분기 기준 95.8%에 달하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무리하면서까지 투입할 자금여력이 있냐는 것이다.
우리금융 측은 "자회사 출자에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만 놓고 보면 7조원 가량 실탄이 있다"며 "무리해선 안 되지만 증권과 보험 M&A를 동시에 진행할 여력은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이론상 7조원 가량 투입할 수 있지만 자산건전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몸집을 키운다고 무리하게 돈을 투입하다간 손실흡수능력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9%로 나타나 금융지주 중 제일 낮았다. KB금융(13.4%), 신한금융(13.1%), 하나금융(12.9%)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M&A는 CET1 수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해당 수치가 낮아질수록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에 안으려고 하는 와중에 증권 매물은 씨가 말라있는 상황"이라며 "증권 M&A를 무리하면서까지 진행할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