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것도 많지만... 요구되는 성장 재화는 다소 부담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쿠키런: 모험의 탑’은 데브시스터즈에게 있어 중요한 게임이다. ‘브릭시티’, ‘쿠키런: 마녀의 성’과 같은 신작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는 중국 시장에 안착한 ‘쿠키런: 킹덤’의 활약으로 매출이 늘어나 8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으나, 보다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심 게임 라인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키런: 모험의 탑’의 출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흥행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해당 게임의 사전 예약자 수는 200만명을 넘겼다. 단순히 ‘쿠키런’ IP의 팬덤이 탄탄하기 때문에 나온 수치는 아니다. 작년 개최된 지스타에서 공개된 시연 버전과 올해 초 진행된 CBT에서 게임에 대한 호평이 잇따라 입소문을 탔다. 약 1주일 가량 ‘쿠키런: 모험의 탑’을 ‘찍먹’해본 입장에서, 재미만 놓고 봤을 때 ‘쿠키런: 모험의 탑’은 확실히 데브시스터즈의 상승세를 불러올 만한 게임임이 분명해 보인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모험의 탑’을 소개하면서 ‘캐주얼’과 ‘협동’,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해 왔다. 게임 안에 담긴 모든 전투 콘텐츠는 10분 이내에 마무리된다. 또한 ‘쿠키런: 모험의 탑’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 및 레이드 모드는 각각 최대 2인, 4인 파티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쿠키런: 모험의 탑’이 섬세한 조작에서 오는 컨트롤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없는 게임은 아니다. 또 혼자서 플레이해도 게임의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요컨데 각기 다른 플레이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우선 스테이지 별로 흥미로운 기믹이 갖춰져 있다. 특히 각 월드의 개성적인 모습과 조화를 이루는 각종 장치들이 ‘모험’의 맛을 돋군다. 일례로 초원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월드에서는 꽃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 이동을 방해한다. 이후 서부극을 연상하게 하는 곳에서는 오크통이 굴러 떨어지고, 불안정한 광산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바닥을 활용하는 기믹이 있다. 이는 때로는 섬세한 조작의 맛을, 때로는 퍼즐 풀이의 감흥을 준다.
또 이런 기믹은 나름의 ‘쿠키런: 모험의 탑’에서 ‘파고들’ 만한 요소를 제공해준다. 이들이 스테이지 클리어 자체를 방해할 만큼 고난이도로 짜여져 있지는 않으나, ‘퍼펙트’한 공략을 위해서는 기믹에 대한 대처 방식을 손에 익혀야 한다. 제한시간 내 스테이지 돌파, 장애물 몇 회 미만으로 피격 등과 같은 클리어 보상 조건이 달려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별’은 뽑기권으로 교환할 수 있어 재도전의 동기가 확실하다. 이와 함께 맵 곳곳에 숨어있는 '곰젤리'와 보물상자를 찾기 위해서는 종종 꼼꼼한 탐색이 요구된다. 이에 우선 빠른 클리어에 주안점을 두고 클리어 보상을 챙긴 후, 다시 스테이지를 돌아보면서 재화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액션 플레이도 합격점이다. 기자는 시연 기간 동안 에픽 등급 쿠키인 호밀맛 쿠키, 크림소다맛 쿠키, 칠리맛 쿠키를 주로 사용했다. 캐릭터 별로 특색을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감흥을 준다. 일례로 크림소다맛 쿠키는 총 3번까지 특수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중간에 평타를 섞으면 더욱 강력한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다. 호밀맛 쿠키는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캐릭터지만 궁극기는 근접 광역 공격이기 때문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칠리맛 쿠키로 플레이 할 때는 대시를 일정시간 안에 재사용 하면 대시 전에 있던 위치로 복귀한다. 이외에도 웨어울프맛 쿠키, 꽈배기맛 쿠키, 체리맛 쿠키 등 개성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사실 일반 난이도에서는 쿠키의 조합과 시너지를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권장 전투력만 맞추면 별 무리 없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월드맵 3을 클리어한 이후 개방되는 하드 모드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다양한 버프를 두르고 나오는 몬스터들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클리어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합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작의 난이도도 한층 올라가 보다 섬세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유리미궁’ 콘텐츠를 해금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서 이를 체험하지 못했으나, 해당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략적인 요소를 충분히 염두해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전에서도 전략성이 강조된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게임인만큼, 고도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보스는 구현되지 않았다. 대신 효율적인 공략을 위해서는 보스의 장판, 탄막 기술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쿠키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의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후의 운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에야 캐릭터의 가짓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살린 조합을 고려하는 맛이 살아있지만, 추후 캐릭터의 숫자가 많아져 기존 쿠키의 상위호환 격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출시된다면 게임이 가진 매력이 일부 퇴색될 수 있을 것 같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속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특색 있는 캐릭터를 빚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트의 매력도 짚고 넘어갈 만 하다. 쿠키들은 물론이고, 몬스터들의 생김새들 또한 개성이 넘치는 한편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보는 맛'이 플레이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특히 서부극 컨셉의 월드맵에서 등장하는 땅콩햄스터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편 모바일 라이브 게임에서는 과금 구조가 게임성 만큼이나 중요하다. ‘쿠키런: 모험의 탑’의 과금은 뽑기에 비중이 맞춰져 있다. 쿠키의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같은 쿠키 캐릭터와 부가 효과를 주는 아티팩트를 중복해서 뽑아야 한다. 흔히 말하는 ‘한계 돌파’ 시스템을 가지고 왔다. 이 때 캐릭터 뽑기에서 쿠키 돌파에 쓰이는 재료인 ‘영혼석’도 섞여 있는 탓에 쿠키의 등급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당연히 쿠키의 레어도가 높을 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재화의 양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돌파석, 코인, 경험치 물약 등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에서 드는 하트(스테이지 진행에 소비되는 재화)의 양이 꽤나 많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과금 상품의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체험 기간 이후 계정 데이터가 초기화 된다는 점을 고지 받아 별도의 상품을 과금상품을 구매하지 않았으나, 나름 합리적인 선에서 과금 가격이 설정돼 있었다. 또한 패스와 함께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다양한 재화를 지급하는 것도 확인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쿠키런: 모험의 탑'을 온전히 즐겼다고 보기는 힘들 수 있다. 시연 기간인 탓에 다른 유저, 혹은 친구와 같이 플레이하는 콘텐츠의 재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과금 정도에 따른 성장치도 직접 확인해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키런: 모험의 탑'은 근본적으로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쿠키런' IP 팬은 물론, 모바일 플랫폼에서 신선한 경험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