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리스크, 메리츠 '초대형 IB 인가' 차질 전망
금감원장, "금융사고, 조직 나서 임직원 의식변화 주도해야"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부동산 금융 명가' 메리츠증권이 최근 부동산 PF 실적 하락과 연이어 발생한 임직원 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금융 부문의 실적 하락은 올해 비부동산 부문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나타내며 상쇄되는 모양새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에 대해선 '임직원 개인의 문제'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부통제 리스크가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가 염원하는 초대형 IB 인가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5월 장 대표는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 6000억 원으로 초대형 IB 인가 기본 요건인 4조 원을 이미 넘었다"라고 했다. 이어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올해 초대형 IB 인가 추진에 대한 열의를 표현했다.
그러나 자기자본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초대형 IB로 바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의 기본 요건으로 재무 요건을 걸고, 이를 충족한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 세부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최근 몇 해간 임직원의 횡령 또는 비리로 인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 1월 검찰은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부동산 PF 정보를 활용해 100억 원대 매매차익을 편취한 혐의로 메리츠증권 본점과 전 임원 A 씨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A 씨는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 부동산 임대 PF 정보를 바탕으로 가족 명의의 법인을 활용해 9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으로부터 100억 원대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 씨는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 CB 인수 및 주선 업무를 담당하는 부하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대출 알선을 청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부하 직원 B 씨와 C 씨에게 대출 알선을 청탁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각각 4억 6000만 원과 3억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A 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A 씨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직원 B 씨와 C 씨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경찰은 부동산 PF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건축 시행사로부터 35억 6000만 원을 챙긴 메리츠증권 전 임원 D 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D 씨는 지난 2020년부터 건축 시행사 측에 2300억 원의 부동산 PF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총 35억 6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D 씨와 사건에 연루된 메리츠증권 직원 등을 함께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두 사건에 대해 메리츠증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모두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정의하고 관련 임직원을 모두 해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은행권에서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대규모 금융사고는 은행권만이 아닌 금융업계 전체의 문제일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라며, "그러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라며, "최고경영자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