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대법원에서 SK텔레콤 인수 '진실 공방' 각오한 이유...SK 경영진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
상태바
최태원 회장, 대법원에서 SK텔레콤 인수 '진실 공방' 각오한 이유...SK 경영진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6.0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시회의 개최..."명예회복 노력할 것"
-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노태우 아닌 김영삼 정부 시절 이뤄져
- 최태원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 통해 'AI 리더십' 확보 중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며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SK 경영진들은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정부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판결한 내용과 관련 추후 진실 규명 및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은 이혼소송 대법원 상고심에서 SK텔레콤 인수과정 관련 치열한 법정공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의 1998년 취임 당시 모습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최창원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공동 현안 등을 논의한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개인 차원을 넘어 SK그룹의 가치와 역사를 심각하게 훼손, 이에 대한 입장 정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임시 소집됐다. 최창원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룹 DNA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CEO들은 최근 법원 판결이 SK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온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1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다른 CEO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K 경영진들은 판결 이후 구성원과 주주, 투자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응과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CEO들은 우선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 관계 형성에 진력하기로 했다.

최창원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CEO들에게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모두 함께 따뜻한 마음을 모으자"면서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으며 향후 계획된 대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 '정경유착' 논란의 핵심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위 이동통신사업자이며, SK그룹이 재계 2위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심 재판부는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대해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성공적인 경영에는 집안의 인척(사돈) 관계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1990년 당시 SK그룹 경영기획실 소속이었던 최태원 회장이 청와대에서 무선통신을 시연한 것은, 사위가 아닌 일반 기업인이라면 기회 자체를 가지기 어려웠을 일"라고 판단했다.

최종현 선경(SK) 회장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다음날인 1992년 8월 2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자 최종현 회장은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최종현 선경(SK) 회장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다음날인 1992년 8월 2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자 최종현 회장은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대한 이견도 상당하다. 최종현 SK그룹(당시 선경) 선대회장은 1980년 유공 인수 이후부터 정보통신사업을 확대했다. 1984년부터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 US셀룰러에 100만달러를 투자했고 1991년 선경텔레콤을 설립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이었던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선경그룹은 포항제철, 코오롱, 동부그룹 등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 등은 "현직 대통령 사돈 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에 사업권을 일주일 만에 반납했다. SK그룹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사업성을 평가 받아 정당성을 인정받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SK그룹의 이동통신 진출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1이동통신사업자(한국이동통신) 민영화와 함께 재추진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이동통신 사업자 관련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에 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당시 전경련 회장이 최종현 선대회장이었다. 

SK그룹은 공정성 시비 재발을 우려해 제2이동통신사업자 사업을 포기했다. 대신 SK그룹은 1994년 신규 사업권 획득보다 더 막대한 인수자금을 들여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서 지분 23%를 4721억원에 인수했다. 

선경그룹에 인수된 후 한국이동통신은 1996년 세계 최초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이동전화로 전환한 기념비적인 사건인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다. 이후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꿨고 1위 이동통신 사업자로 승승장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