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업대출, 건설업 중심으로 일부 은행 연체율 1% 초과
기업대출 증가와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
고금리의 장기화와 가계 및 기업의 자금난으로 은행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권도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 공시한 ‘24년 2월 말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2월 기준 국내은행 연체율은 0.51%로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0.15%p 상승했다. 이는 연체율 0.51% 기록했던 2019년 5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출 부문별로는 가계대출에 비해 기업대출 연체율이 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0%p 상승한 0.42%p를 기록했다. 기업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0%p 상승한 0.59%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중소법인이 각각 0.70%, 0.76%로 높은 연체율을 보였다.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 상황도 마찬가지다. 조선비즈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단순 평균 연체율은 0.32%로 전년 동기 대비 0.05%p 상승했다. 전 분기 대비해서도 0.03%p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가계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년 동기 대비 0.04%p 상승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년 동기 대비 0.05% 상승했다.
기업 부문 중에서는 건설업에서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건설업 평균 연체율은 0.78%로 전년 동기(0.37%)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각각 1.18%, 1.13%를 기록하며 1%를 넘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이 기업대출 연체율 1%를 넘어선 것은 2016년 5월(1.1%) 이후 처음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는 기업대출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이 늘면서 전반적인 연체율도 자연스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은행 기업 대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각 은행에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5대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784조3139억원이다. 지난해 말 767조3139억원이었던 금액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7조 넘게 증가했다.
건설업의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사들의 채무능력 상환능력이 악화한 것이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건설사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난해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3.7배였다. 이는 2022년 이자보상배율인 7.1배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위 10개 건설사 중 8개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포스코이앤씨(13.3배→3.2배) ▲DL이앤씨(14.4배→6.8배) ▲대우건설(9.4배→4.4배) ▲GS건설(3.7배→1.3배) ▲롯데건설(4.4배→1.3배) ▲삼성물산(13.4배→11.3배) 순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연체율 증가 상황에 은행도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5대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업 중심의 연체율 증가 심각성을 파악하고 선제적인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도 은행 건전성 관리에 힘쓸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은행이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한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해서 유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