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농업개발委, 무알코홀・저알코홀 와인 상품화 법적 지원 원해
유럽연합 위원회(EU Commission, 이하 EU委)는 4월 15일(벨기에 브뤼셀=현지시간), 유럽연합의회(EU Parliament, 이하 EU 의회) 산하 농업 및 농촌 개발 위원회(Committee on Agriculture and Rural Development) 회의를 갖은 후 향후 유럽의 포도 재배 농민들이 유기농 재배된 저 알코홀 함유된 포도주를 재배하고 이를 상표화해 전세계 주류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법적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할 의사가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EU는 공동 농업 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줄여서 CAP) 개혁안을 도입했는는데, 특히 포도주 관련, 1) 용량별 알콜 함유량 최고 0.5%까지 제거시킨 이른바 ‚무(無)알코홀 와인’과 2) 용량별 알콜 함유량 0.5% 이상을 제거시킨 ‚저(低) 알코홀 와인‘ 등 두 새로운 포도주 종을 인정하겠다는 법안이 포함됐다.
♢ EU의 유럽 포도주 재배업자와 상인 구제 방안
농작물 수확량 감소, 가격 인상, 우크라이나 등 저렴한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 등 생존 위기에 몰린 유럽의 주요 농경국가들의 농부들이 격렬한 시위가 작년부터 지금까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 6월 EU 의회 총선을 앞둔 EU 정계는 성난 유럽 농부들과 농업 및 식품 관리 정책에 관심 많은 유럽 시민들의 지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親 유럽적 농경 정책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유럽 내에서는 포도주 주요 생산국들 -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 간의 출혈적인 와인 가격 경쟁, 재고 과잉에 따른 폐기 처분 사태에 따른 포도주 농부와 상인들의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기후 변화, 전반적인 포도주 소비 감소 등에 따른 유럽산 와인 시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새 니시 시장 진출 전략을 고심해왔다.
EU 경제권에서 무알코홀 포도주 시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다 해도 좋을 만큼 아직 미미하다. 일부 유럽 국가와 특히 미국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 중인 무알코홀 맥주 시장과 대조적이다.
EU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향후 3~4년에 걸쳐 무알코홀 또는 저알코홀 함유 포두주 년간 4,200만 리터가 생산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무알코홀・저알코홀 포도주 시장 개척에 막대한 투자에 착수한 만큼 유럽의 포도주 업계도 이에 뒤질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유럽 와인업계의 마케팅 전략 — 유기농, 명산지 명칭 보호제
현재 ‚와인’ 주류로 분류 판매될 수 있는 필수 요건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유럽 주류 시장에서는 100% 무알코홀 포도주는 법적으로 명산지 명칭 보호제(PDO 또는 PGI) 표기된 와인으로 상표를 달고 판매되는 것이 금지돼있다.
유럽에서 무알코홀 포도주를 와인으로 분류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유기농 포도주 분류 체계의 법적 조항들의 수정이 시급하다고 피에르 바스쿠(Pierre Bascou) EU 농업위(DG AGRI) 심의관은 최근 EU 의회에 참석한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가령, 포도주에서 알코홀을 제거하는 공정 방법 — 진공증발, 세포막 여과 기술, 증류 정제법 등 — 을 거칠 경우 EU 유기농 보증표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장애 제거를 위한 방안으로써 두 와인 생산국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EU委 측에 진공증발 공법을 유기농 공정으로 인정해 줄것을 요청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검토 결과를 제출하기로 돼있다.
그런가 하면 샴페인이나 프로세코 같은 발포 포도주(알콜 함유량 12%) 류는 현 기술력으로 알코홀 제거가 불가능해서 무알코홀 발포 포도주 가공 및 상표화 이슈는 더 난해해질 전망이다.
EU가 추진하는 유럽산 무알코홀 또는 저알코홀 포도주 마케팅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특히 포도주 생산국가인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EU 주도 CAP 개혁안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명산지 명칭 보호에 매우 민간함 이탈리아 포도주 재배 농부들은 ‚무알콜 포도주는 와인이라 부르지 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알코홀을 제거한 포도 음료를 와인으로 부르지 못하게 철저한 법적 보호막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의 정치가들과 농부들도 거품이 들어간 ‚알코홀 빠진‘ 탄산음료를 와인으로 부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데에 합세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포도주 전문가들도 중소 포도주 생산자들은 이미 양조된 포도주를 추가 비용과 공정을 들여 알코홀을 제거하는 방식의 가공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위는 이탈리아, 독일 등 수출 국가들이 주도돼 현재 국제 와인 기구(International Wine Organisation)과 포도주 알콜 제거 공정에 관련된 규정 틀에 관한 쟁점을 협력하면서 아직은 니시 시장인 무알코홀 와인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독일 DPA 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