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에 대한 소비자 의식 고조도 한몫
유럽에서 에너지에서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생활비 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영국 소비자들 사이서 신선하지만 보기 못생긴 과일과 채소 등 신선 식재료를 구입해가는 추세가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생활물가 인상 현상이 계속되면서 영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테스코(Tesco)의 ‘완벽하게 흠 있는(Perfectly Imperfect)’과 모리슨(Morrison)의 ‘자연적 못난이(Naturally Wonky)’로 브랜딩 된 못생긴 농산물 상품 매출이 지난 9월 한 달 사이 3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예쁜 겉모양이 상품성으로 여겨지는 현대 식품 시장에서 일명 ‘어글리 푸드(ugly food)’ 로 불리는 농산물은 맛과 영양소에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단지 외적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져서 하류 장터에서 떨이로 팔리거나 폐기돼왔다.
모름지기 과수와 채소는 못생기고 자잘할수록 농약이나 비료 없이 큰 유기농 농작물임은 자연을 옆에 두고 살거나 농사를 짓는 농부들 사이에서 당연히 알려져 있는 자연섭리이자 지혜다. 그러나 대중 소비자 대상 신선 식품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은 크고 보기 좋아야 선반에 진열돼 소비자의 손길에 선택되는게 보통이다.
생활 물가 폭등에 따라 식품 구매도 가성비 따지는 소비자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금융위기와 생활물가 인상이 시작된 2008년 이후로 못생긴 농산물을 농장에서 직배송하는 서비스가 니시 시장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국내에서도 지난 4~5년 사이 못생겼지만 맛과 영양 있는 못생긴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 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조용한 성황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 올 2022년 8월 기준 생활비 물가 인상률은 13.1%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닐센 IQ(Nielsen IQ)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들은 9월 한 달 동안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식음료품 구매에 평균 10.6% 가량 더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음료품 구매 비용 인상에 대처해 가성비 유지를 위해 9월부터 알디(Aldi, 독일 SSM)) 등 초대형 할인 마트의 소비자들의 구매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해서 영국 수퍼마켓 시장 총 점유율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톱 4 수퍼마켓(1위 테스코, 2위 세인스버리, 3위 아스다, 4위 모리슨) 구도에서 5위 알디가 올 6~9월 사이 매출 성장율 18.7%를 기록하며 모리슨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또다른 독일의 할인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리들(Lidl)도 20.9%라는 2014년 이후 가장 큰 매출 성과를 올렸다(자료: 소비자 조사 기업 칸타(Kantar, UK) 2022년 9월 보고서).
미국 식음료품 시장에서도 할인 마트 매출 급증
실제로 알디와 리들은 작년 9월부터 물가 인상 폭이 커진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까지 두 자리 수 이상의 매출 증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평균 연봉 5만~10만 달러(우리돈 약 7천 만원~1억 4천 만원) 대의 중상층급 소비자들의 SSM 방문 소비율이 급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 연료 및 가정용 난방과 취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생활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가성비 위주의 구매 선택을 하는 것이 그 주원인이라고 영국 칸타는 분석한다. 그같은 소비 트렌드로서 못생겼지만 가격이 저렴한 신선 농산물 매출이 증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활 물가와 지불해야 할 고지서가 비싸지더라도 먹고 마시는 식생활과 씻고 청소하고 세탁하는 각종 위생 활동에 소요되는 필수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같은 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마케팅이 고려된 식음료 및 위생 부문 매출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식음료 및 위생 문화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색다른 소비 행태를 보일지 주목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