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빅4, 지난해 매출 40.6% 줄어
일각, 매출 줄면 브랜드 입점에도 제약 있어...다이궁 모셔야?
면세업계, "다이궁 수수료만 40~50%...각 업체별로 송객수수료 낮춰"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여행객 수가 대폭 늘었지만, 국내 주요 면세점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중국의 단체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한 탓이다.
한편 최근 국내 주요 면세점들의 ‘셀링파워(판매력)’가 낮아지면서,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들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면, 매출이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이에 면세점들은 중국의 다이궁(보따리상)을 모시는 것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면세업계가 대규모 송객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빅4(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빅4의 매출 합계는 8조9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6% 줄었다.
각 업체별로 보면,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8.8% 감소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모두 30%, 이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전년 대비 무려 55.8% 하락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중국 단체 여행객이 감소한 것이 매출 하락에 가장 큰 타격을 줬다. 중국이 단체 여행을 허가함에도 ‘경기 악화’의 변수로 단체 여행객 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보따리상(다이궁)이 줄어든 것도 면세업계에 직격탄을 미쳤다. 지난해 관세청의 주도로 ‘송객수수료(면세점이 지불하는 알선 수수료)’가 줄어들면서, 다이궁도 감소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면세업계가 매출 회복을 위해 다이궁의 비중을 다시 높여야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매출이 하락하면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도 줄고, 이후엔 다시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세업계에선 쉽사리 다시 다이궁 비중을 높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황 난조로 인해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송객수수료를 부담하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건 이전엔 다이궁이 아닌 여행사가 대규모 관광객을 유입시켰다. 그 당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불했던 수수료는 약 1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다이궁 중심으로 매출이 변모하면서, 송객수수료(면세점이 지불하는 알선 수수료)에 업체별 경쟁이 붙었다. 이에 따라 면세점이 다이궁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약 40~50%까지 올라갔다.
이후 과열 경쟁으로 치닫자 관세청은 ‘제살 깎아먹기’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면세업계는 다이궁 외에 매출 신장을 끌어올릴 방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4일 <녹색경제신문>에 “중국의 단체관광객 수가 코로나 팬데믹시점보다는 회복됐으나, 중국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쇼핑보다는 관광위주로 쏠리고 있다”며 “또한 중국의 다이궁이 줄어든 것이 매출 하락에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여행사 시절엔 수수료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다이궁으로 변모하면서 송객수수료에 업체별 과열경쟁이 됐다”며 “그렇다고 해서 ‘담합’을 할 순 없으니 관세청의 주도에 따라 업체별 자율적으로 송객 수수료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면세업계에선 중국 경기가 회복된 이후엔 단체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엔 면세점이 비용을 무리해서라도 ‘다이궁’을 모셔 매출 규모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