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 높아"
과거 금감원장도 "적합성 원칙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 부담 불가피할 것" 직격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 사태에 대해 "상품의 82%를 판매한 은행들이 윤리적 책임을 다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콩 ELS 상품 총 판매액이 19조3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은행이 대부분 영업했다"며 "또, 총 분량의 30%를 65세 이상 고령자가 구매했고 손실 비율은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은행의 안정성을 신뢰하기 때문에 은행에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고령층 대상 홍콩 ELS 영업을 거세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일부 판매사는 비이자이익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해당 상품 판매를 유도하거나 판매 한도에 관한 내부규정을 바꾼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며 "이자장사에 열중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국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ELS를 영업했다면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과거 여러차례 문제가 됐던 불완전 상품 판매 사례도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 2019년 DLS(파생결합증권)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 상품 판매를 계기로 금융지원소비자보호법이 제정돼 2021년부터 시행됐음에도 유사한 문제가 벌어진 건 금융당국과 국회도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은 면피성으로만 고객 보호 형식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이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홍콩H지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국내 ELS 상품들의 손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다가오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에만 3조9000억원, 2분기에는 6조3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12일 기준 지수가 5516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ELS 상품이 대거 판매되던 2021년에 비해 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금융권은 지수가 더 오르지 않을 경우 상반기에만 2~3조원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리 실패, 핵심 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한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투자는 자기 책임이 기본 원칙이나 투자 경험만 우선시해 면피성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 등 금융권은 로펌 선임 등을 통해 차후 벌어질 법적 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은 이미 해당 건과 관련하여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안다"며 "분쟁 조정 과정에서 차분하게 은행들의 적법행위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