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ELS 판매사에서 판매 프로세스상 문제 드러났다고 밝혀
주요 시중은행 상대로 현장 검사 나설지 주목
은행권이 판매한 물량, 이달부터 만기 도래 시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위험에 대해 일부 판매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은행권 불완전판매와 책임 부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H지수 ELS 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리 실패, 핵심 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한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투자 경험만 우선시해 면피성·형식적인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슈를 중심으로 과연 어떤 판매 라인을 통해 어떻게 팔리는 것이 적합한지, 적합성 원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가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할 것”이라며 “상반기 등 올해 안에 중요 쟁점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이 강조한 ‘적합성 원칙’이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제도의 하나로써, 금융회사가 투자 목적, 투자 경험, 재산 상태 등 투자자의 특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 금감원장이 홍콩 H지수 기반 ELS의 판매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언급함에 따라, 판매 규모가 가장 큰 은행권의 책임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예고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금융당국이 어떤 은행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지는 앞으로의 검사 결과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주 월요일(8일)부터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향후 분쟁 조정을 준비하기 위해 소위 '베테랑'들을 분쟁조정3국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콩 H지수 기반 ELS의 만기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한다. 약 9조2000억원의 물량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채로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고, 이달에만 8000억원 물량이 만기를 맞는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