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식 경총 회장, '노란봉투법' 등 노사관계 이슈 해결사 역할 높은 평가
-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기업 및 산업계 입장 대변...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 주도
-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전경련에서 이름 바꾼 후 올해 본격적인 새 출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LS 이사회 의장)이 올해 2~3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또한 지난해 8월 전국경제인협회(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올해 본격적인 새 출발에 들어갔다.
한 경영계 인사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 3인 모두 연임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차기 회장의 경우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2월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경제단체장은 정부 고위층은 물론 글로벌 교류 등에서 네트워크 강화에 장점이 많다"며 "단체장 위상 자체가 대외 신용장 역할을 하기에 사업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1년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요청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르며 '재계 맏형' 역할과 함께 대한상공회의소를 대표적 경제단체로 위상을 격상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84년 출범 이후 4대 그룹 총수가 회장은 맡은 것은 최태원 회장이 처음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법정 경제단체라는 점에서 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무역협회 등이 민간단체인 것과 차별화된다.
최태원 회장은 국내 ESG 경영을 주도하고 신기업가정신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2년 5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ESG 경영과 신기업가 정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경제단체로서 국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ESG 경영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보람찼다"며 "올해에는 미국, EU, 일본의 기업가정신 논의도 같이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참여하는 등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 및 경제계 수장으로서 원만하게 수행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대한 애정도 큰 만큼 회장직을 연임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까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듣고 저 자신도 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연임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영자총협회는 손경식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경식 회장은 2018년 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오른 후 3연임에 성공하며 '노란봉투법' 등 노사관계 이슈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손경식 회장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 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노조와 조합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압류로 제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정부 부처 및 국회를 수차례 찾아 기업의 고충을 전달하며 설득했다.
다만 손경식 회장은 1939년생으로 84세라는 고령에다가 CJ그룹의 실적이 다소 부진하다는 점에서 교체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없고 손경식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면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회장의 연임은 경영자총협회가 노사관계 위주에서 종합경제단체로의 변화 모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협회 또한 구자열 회장의 연임이 예상된다.
구자열 회장은 신시장 개척, 공급망 강화, 민간 네트워크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등에서 현장 맞춤형 지원으로 업계의 호평을 받았다.
무역협회는 과거 15년 동안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관료 출신 회장은 정부 정책 방향에만 맞춰져 있어 기업 및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구자열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에 이어 회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무역협회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구자열 회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EU 등 주요국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라며 "우리 무역업계는 구조적 전환기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회로 삼고 더욱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8월 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꾼 후 류진 회장이 맡아 새롭게 출발을 했다. 류진 회장은 지난달 22일 '4본부 1실 15팀'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류진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4년은 한경협이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국제이슈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경제단체, 유수의 싱크탱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겠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