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다. 대주주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결국 카카오페이의 해외 진출 사업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그룹 전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에 이어 카카오뱅크의 해외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전일 공시를 통해 양사간 합의에 따라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총 1038억5108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고, 지난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지분 19.9%(807만5607주)를 확보했다.

2차 거래는 시버트 주주총회의 승인과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친 후 2024년 중에 이행할 예정이었으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카카오페이의 해외 사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시버트는 지난달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 발생”을 이유로 2차 거래 이행을 재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혔고, 최근에는 양사간 합의에 따른 2차 거래 미진행으로 결국 지분 인수 계약이 종료됐다.

카카오페이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보유한 19.9% 지분과 시버트 이사회 구성원 자격을 유지하고 이사회 멤버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러한 사태로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 사업을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그랩'과의 파트너십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슈퍼뱅크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동남아 시장에서 대고객 서비스 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대주주 리스크 등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수익 기반 다각화를 위해 해외 진출 가속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카카오페이처럼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